핀란드의 노키아.

모토롤라 등 미국의 쟁쟁한 기업을 누른 세계최대 휴대폰 메이커다.

이 회사의 요르마 올릴라(48) 회장은 "북유럽의 잭 웰치"로 불린다.

"2등은 필요없다.1등만 살아남는다"는 철저한 제일주의자다.

업계 1위가 아니거나 될수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미국 GE의 잭 웰치
회장과 닮은 점이 많다.

지난 8년간 노키아호를 이끌면서 핵심분야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정보통신분야만 남기고 시너지효과가 없는 다른 사업은 모두 정리했다.

그는 선견지명과 장기적인 비전을 기업성공의 키워드로 꼽는다.

올릴라 회장을 노키아 본사에서 만났다.

< 에스푸(핀란드)=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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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가 세계 통신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우뚝 섰다.

뭔가 남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다.

"셀룰러폰 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은 경쟁기업보다 먼저 디지털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다.

일찌감치 정보통신을 장래성있는 사업으로 판단하고 70년대부터 이 분야의
신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때는 아날로그방식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우리는 멀리 내다봤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디지털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커트 웨스테드트 당시 노키아일렉트로닉 사장은 "디지털리 크레이지
(Digitally Crazy,디지털에 미친 사람)"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기술 개발에
매달렸다.(그 당시 노키아의 회사명칭은 노키아일렉트로닉이었다)

미래 시장을 예견하고 행동에 옮긴 그의 판단과 결정은 옳았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개발 전략도 노키아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고객이 기대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는 시장경쟁에서 큰 효과를 냈다.

한 예로 정보통신 시스템 장비의 경우 통신사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신기술 개발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통신시장에서는 역시 신기술개발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물론 정보통신산업에서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게 있다.

바로 고객의 욕구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고객의 기대에 어긋나는 제품은 아무리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져도 경쟁력이
없다.

고객의 욕구와 기대에 맞게 신기술의 개발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이는 시장전망 및 기업전략 수립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신제품의 성능과 서비스의 질은 앞으로도 정보통신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무한경쟁시대가 펼쳐지면서 기업은 물론 개인과 국가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노키아는 어떤 식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가.

"신기술 개발은 정보통신 업체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R&D는 노키아의 기본 기업정신이다.

신기술 개발부서는 그룹내 5개 사업단의 하나로 독립돼 있다.

지난해 R&D 예산에 68억마르카(약 1조5천억원)를 투입했다.

매출의 8.6%다.

비용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신기술의
개발 방향이 옳아야 한다.

연구소도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지구촌 기업임을 자처하는 노키아는 세계 12개국에 45곳의 신기술 개발
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지구촌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연구소가 각국에 골고루 퍼져
있어야 한다.

R&D에 종사하는 인력은 1만3천여명으로 전직원의 3분의 1쯤 된다"

-글로벌화시대에서는 본사 위치도 중요하다.

다국적기업들이 본사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점에서 노키아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핀란드에 있다는 지리적 조건이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으로 작용하지는
않는가.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라의 크기나 지리적 위치가 기업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있는 분야의 노하우를 개발해 최정상을 향해 노력하는
기업정신이다.

노키아는 셀룰러폰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다.

GSM 휴대폰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 있어서도 세계 양대 기업중 하나인
지구촌 기업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쟁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핀란드정부는 유럽 어느 나라 보다 먼저 시장개방정책을 실시했다.

우리는 이런 시장개방을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활용했다.

노키아가 뿌리를 두고 있는 핀란드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은 노키아의
기업문화와 일치한다.

핀란드는 정보통신과 관련된 최신기술의 실험실로 자주 비유되고 있으며
인터넷사용및 휴대폰 보급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같은 국내 환경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모든 조직의 원천은 인간이다.

그래서 인력관리는 기업경영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장의 종업원 관리방법을 소개해 달라.

"노키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력이다.

따라서 직원들이 끊임없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업무순환이다.

이 로테이션은 실제 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업무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술훈련 방법이다.

동료간의 긴밀한 팀워크는 우리 인력관리의 기본이념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사내 근무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함께 해외 현지법인을 포함한 전세계 노키아인에게 CPBP(Connecting
People Bonus Plan)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팀워크 기여도에 따라 개인에게 이익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지난 몇 년간 총 직원수는 30% 증가했다.

이는 노키아의 성장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오늘날 모든 기업은 부품수급 관계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 기업이 혼자서 모든 부품을 다 만들수는 없다.

소위 하도급 체계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국내외 하도급 기업들이나 기술협력 업체와의 원활한 관계는 기업
성장에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들어 노키아와 일하는 하도급 업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과는 공생의 동반자로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 개발과 관련해 노키아는 하도급 업체와 제휴 파트너가 함께
참여하는 "3자 협력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각자의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밖에 유럽연합(EU) 기술개발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적극 참여중이며 미국
MIT와는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은 국제 정보통신 표준규범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국내업체뿐 아니라 해외기업들과의 제휴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개인과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인터넷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량의 정보에 자유자재로 접근할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장비의 디지털화는 본격적인 온라인 정보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생활방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휴대폰으로 어느 곳에서건 전화를 걸거나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다음 단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오락 및 취미활동을 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수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 모두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업마다 새 밀레니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노키아의 21세기 전략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에의 도전이 노키아의 21세기 전략이다.

이 전략은 정보처리능력이 향상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 시장이 요구하는게 바로 이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노키아가 선보인 제품중에는 이동통신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웹폰이
있다.

광대역 밴드로 신속히 인터넷에 연결되는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미디어
무선전화다.

또 본격적인 정보화사회 탄생을 앞두고 빠른 시간안에 대량의 정보전송
처리가 가능한 유무선 정보통신 네트워크 장비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선 앞을 내다보는 능력과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개발과 발전은 인간의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는 도구이지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새 천년을 향한 노키아의 화두는 ''더욱 빠른 통신 서비스로 지구촌의
지리적 간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노키아는 19세기 중반에 설립된 유서깊은 기업으로 알고 있다.

성장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노키아의 역사는 1865년 독일계 광산 엔지니어 프레데릭 이데스탐이
핀란드 남부지방 노키아 강변에 제지공장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종이 수요가 급증했다.

제지사업이 번창하자 노키아는 국제 판매망을 확대해 유럽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에까지 종이를 수출했다.

1915년 헬싱키 주식시장에 상장된후 사업부문을 고무와 케이블로 확장했다.

통신장비 기업으로서 오늘의 노키아를 있게 한 것은 1912년에 설립된 전선
메이커 "피니쉬 케이블 워크스(Finnish Cable Works)"다.

본격적으로 통신사업에 처음 손을 댄 것은 60년대였다.

그때 전자기술을 적용한 무선통신 전송시스템 장비를 개발하면서 통신장비
업체로 발돋움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