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년 4월 국내 방영을 시작한 TV 프로그램으로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가수 김국환씨가 주제가를 부른 이 만화영화는 만화영화 주 시청자가
어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많은 성인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 만화영화 붐을 몰고온 마쓰모토 레이지 원작의 "은하철도 999"는
엄마잃은 소년 철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우주공간을 나는 기차를 타고
다니며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다루었다.

우주를 나는 기차, 은하계의 많은 외계생명체들, 복제인간 등 "은하철도
999"를 본 많은 사람들은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며 흘려넘겼다.

뉴 밀레니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사람들은 "은하철도 999"가 그린
세계가 단순한 공상만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처럼 생각이 바뀐 것은 우주항공기술이 광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회의적인 견해는 있지만 20세기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되돌아
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SF 소설에 달나라 여행이라는 "상상"이 처음 등장한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까지는 1백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은하철도 999"처럼 태양계나 은하계를 손쉽게 여행할수 있을
날도 길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실제로 미국과 CIS(독립국가연합)를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주
항공기술은 우주를 마음대로 오갈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미 유인우주선 발사->달 착륙->우주 실험실(스카이랩) 설치->우주왕복선
개발에 이어 태양계 탐사에 나서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러시아우주기구(RSA), 일본우주사업단(NASDA), 유럽
우주기구(ESA) 등 주요국이 참여해 우주에 정거장을 건설하는 국제우주정거장
(ISS)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04년 1월 완공될 국제우주정거장 "알파"는 가로 1백8m, 세로 74m의
축구장 2개를 합친 크기다.

우주 탐험과 함께 인류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외계생명체의 발견
이다.

지난 97년 NASA의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가 보낸 사진은 지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NASA는 사진 분석 결과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
했다.

아직까지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과학자가 외계 생명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 봄 NASA는 달 탐사 결과를 분석, 달 남북 양극에 최고 3억t 이상의 물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의 존재는 달에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
로 해석됐다.

NASA는 파이오니어 마리너 보이저 갈릴레오 패스파인더 마젤란 등 수많은
우주선을 태양계로 보내 환경과 생명체 서식 여부를 탐색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오리진" 프로그램도 NASA의 야심작중 하나.

거대한 탐사 망원경을 우주에 쏘아 올려 대기속에 산소의 흔적이 있는
행성을 찾는다는 프로젝트다.

NASA는 이밖에 생명의 신비를 밝힐 "우주생물학"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세티(SETI)연구소
는 "지적생명체 탐사" 항해에 올랐다.

세계 각국의 전파망원경에서 수시해 보내는 우주 전파중 외계생명체가 보낼
가능성이 있는 전파를 가려내는 프로젝트다.

2백광년 거리안에 있는 약 1천개의 태양과 비슷한 별에서 오는 전파가 조사
대상이다.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ET''나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에서처럼 외계
생명체를 만나는 시점을 NASA는 21세기 중반이후로 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발견의 역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없는 탐사를 통해 우리는 삶의 공간적, 시간적 지평을 넓혀 왔다.

우주항공기술의 발전과 우주로의 탐험은 인류 삶의 공간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넓혀놓을 것이라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수 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5세기 컬럼부스의 신대륙 발견이후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졌던 것과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상공이 인공위성 쓰레기로 덮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우주 개발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우주 저 지평선 너머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아무도 상상할수 없다.

뉴 밀레니엄엔 지구촌이란 말 대신 "태양촌", "은하촌"이라는 말이 탄생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우주는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이런 겸허 아래서만 인류는 우주와 조화로운 삶을 이룰수 있는 것이다.

김상준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인류는 과학적 발전은 해왔지만 도덕적
발전에 대해선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도덕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주시대를 사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