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라면 누구와 견주어도 자신을 가졌던 강동석(70)씨.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병원 신세를 거의 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왼쪽 반신이 마비돼 방안에 누워 여생을 마쳐야 할 운명이다.

얼마전 갑자기 닥쳐 온 뇌졸중 때문이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거치면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결국 왼쪽 반신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6개월만에 병원 문을 나서야 했다.

더욱이 뇌동맥이 막히면서 뇌세포 일부가 기능을 상실, 치매증상 까지 겪고
있다.

강노인의 간호는 66세의 부인 손은숙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장성한 자식들이 있지만 저마다 생활전선에서 허덕이고 있는데다 시아버지의
용변 수발을 "신세대 며느리"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손씨 역시 그 나이의 여성들이 흔히 겪는 골다공증과 요통으로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 힘겨운 형편.

손씨는 남편이 치매증상을 보일 때면 "이렇게 살 바에야 피차 빨리
하늘나라로 가는 게 낫지" 하는 생각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식구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집안에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돌고 있다.

노인성 질환은 강씨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의 86.7%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노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92.2%가 병마와 싸우고 있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관절염.

전체의 43.4%가 이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다음으로 요통좌골통(29.2%) 고혈압(23.5%) 소화성궤양(15.9%) 등의 순이다.

무엇보다 돌보아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게 고민거리다.

가족들은 저마다 일을 해야 한다.

부부중 한쪽이 살아있더라도 매일 노환자를 돌본다는 건 무리다.

경제력도 문제다.

노인환자의 절반이상인 57.2%가 진료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70세이 넘어서는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노년까지 건강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젊어서부터 건강에 신경 써 70이 넘어서도 등산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노인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아파트단지 주변을 달리는 노인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주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말년 질환을 "업보" 처럼
짊어지고 고된 삶을 산다.

제대로된 요양을 받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30일 열린 세계노인의날 기념세미나에서 이가옥 성공회대 교수는 장기요양
노인의 42%는 자력으로 일상생활 조차 힘든 형편이라고 밝혔다.

노인환자를 수발하는 사람 역시 평균연령 57.8세의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노인 질환은 더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적인 수발체계가 갖추어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