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추석연휴가 끝나는 다음주초부터 9월말까지 1차로 2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기금을 조성한 뒤 빠르면 10월9일까지 기금규모를
10조5천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당초 기금 규모를 20조원으로 계획했던 정부는 부족분 9조5천억원에 대해선
10월 중순이후 시장 안정화 추세를 봐가며 검토키로 했다.

채권매입은 오는 27일부터 시작된다.

이를위해 금감원은 20일 오전 은행과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배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국은행도 기금을 출자하는 은행이 자금부족을 겪을 경우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과 보험사들이 내야 할 돈이 너무 많다며 반발하고 있어
기금 조성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금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서도 금융기관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아침 은행과 보험사 자산운용담담 임원을 불러 각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향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금융기관은 강제 할당
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차 조성분 10조5천억원의 경우 은행이 10조원, 보험사가 5천억원을
분담토록 했다.

특히 9월27일까지 은행이 여유자금 2조원을 우선 출자해 채권매입에
착수토록 했다.

보험사는 10월9일까지 5천억원을 분담하면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2차 기금을 조성할 때는 9조5천억원을 은행 8조원, 보험사
1조5억원으로 나눌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자 기금 10조5억원의 금융기관별 분담액은 국민은행이 9천2백78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농협에 9천1백66억원이 할당됐다.

한빛 주택 외환 조흥 신한 하나 기업 산업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에도 7천억원 이상이 배정됐다.

삼성생명은 1차분 10조5천억원 가운데 2천1백53억원을, 교보생명은
1천1백34억원을 내야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은행의 경우 자산규모에 따라 우선금액을 배분한 뒤 수신증가액과
자금흐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보험사는 운용자산을 기준으로 배정됐다.

돈을 내는 기관은 은행이 수출입 서울 평화 제일은행을 제외한 18개이고
보험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가 각각 11개씩 모두 22개 회사다.

이들 금융기관은 이날 오후 금감원에서 투자조합 결성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21일 정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기금은 은행연합회안에 조합을 설치, 국공채와 신용등급 BBB- 이상의 채권을
사는데 사용키로 했다.

그러나 각 금융기관들이 사실상의 강제 할당에 반발하면서 21일 조합결성식
부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내놓을 돈이 없다"며 "굳이 돈을 내놔야
한다면 보유채권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손실을 책임진다는 보장을 하기 전까지는
출연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