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동씨 ''일세점포'' 성공사례 ]

일세점포.

국제통화기금(IMF) 불황속에서 탄생한 히트상품이다.

대형매장을 수십개의 작은 점포로 나눠 일세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상가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던 지난해 서울 도심의 핵심상권에서 선보여
임대.임차인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건물주는 임대가 수월한데다 고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이
없고 초기투자 비용이 저렴해 선호했던 것이다.

경기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틈새상품 개발로 어려움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대입구에 지상2층 건물을 갖고 있는 이길동(45)씨는
일세점포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

임대가 안되고 보증금 반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물주들은 이씨의
성공비결을 곱씹어볼만 하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합쳐 매달 1천2백만원의 수입을 올려왔던 이씨는
지난 2월초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1층 50평을 통째로 빌려 의류매장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계약만료를 앞두고
장사가 안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당시만해도 주변에는 빈 점포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이씨는 갑갑했다.

주변 부동산업소에 임대를 내놨으나 덩치가 커서인지 한달이 지나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고민끝에 이씨는 평소 잘 아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차치하고 임대를 놓는 게 시급해서였다.

그곳에서 이씨는 일세점포란 말을 처음 듣게 됐다.

임대하기가 수월하고 매달 고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데 귀가 솔깃했다.

보증금 반환걱정도 없고 계약관계가 깨끗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일반 임대와 일세점포 수익을 꼼꼼히 비교해 본 그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벌여보기로 했다.

이씨는 우선 1층의 50평 매장을 0.5~2평짜리 30개 부스로 잘게 나누었다.

부스마다 미송나무 패널을 이용해 칸막이를 만들고 인테리어와 조명시설을
밝은 색으로 꾸몄다.

공사비는 부스당 70만원 가량이 들어갔다.

공사기간은 1주일 정도가 걸렸다.

2층은 1층 점포주들이 창고로 쓸수 있도록 배려했다.

공사를 마치고 나니 산뜻한 분위기가 풍기는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다음 문제는 업종선정이었다.

이대입구를 대표하던 의류매장은 동대문 상권에 밀려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는 상황이어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꼼꼼히 시장조사를 한 이씨는 이대입구 상권의 주요 수요층이 젊은 여성
이라는데 착안해 액세서리 화장품 캐릭터업종으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지나가는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액세서리와 캐릭터상품을 가게
앞쪽에 배치했다.

임대료는 다른 지역의 일세점포와 비슷한 점포당 평균 2만5천원으로
책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임대를 시작한지 한달이 안돼 30여개 점포가 모두 나갔다.

부분적으로 공실이 발생해도 2~3일안에 재임대가 이뤄져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점포 전체의 매출도 이전보다 20%이상 늘어 임차인들도 만족한 표정들
이었다.

이씨가 일세점포로 바꿔 얻고 있는 수입도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30여개 점포에서 매일 75만원을 받아 한달 평균 2천2백만원을 벌고 있다.

전기료 등 관리비가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보증금 3억원에 월 6백만원의
수입을 얻던 이전과 비교해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씨의 일세점포 개조를 도와 준 한국부동산컨설팅 서부사무소 김영태 소장
은 "이씨는 적절한 시점에 점포를 분할한데다 업종선정을 잘해 효과를
거두었다"며 "유동고객이 풍부한 대로변 상가중 뚜렷한 이유없이 장사가 잘
안되는 곳은 매장을 소형점포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유대형 기자 >

[ 일반임대-일세점포 수익성 비교 ]

<> 임대

- 점포규모 : 50평 단일 매장
- 임대조건 : 보증금 3억원
월 임대료 600만원(1,200만원)
- 공사비 : 없음
- 장점 : 목돈활용이 가능하다
- 단점 : 불황 때는 임대가 쉽지 않다

<> 일세점포

- 점포규모 : 0.5~2평 30개 부스
- 임대조선 : 일세 75만원(한달평균 2,200만원)
- 공사비 : 2,100만원(부스당 70만원)
- 장점 : 임대하기 쉽고 초기 투자비용 저렴
- 단점 : 공실이 자주 발생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