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이야"

"곧 망할테지"

인터넷 유통업체 바이닷컴(buy.com)의 스콧 블럼(Scott Blum) 회장이 지난
97년 11월 회사를 출범시켰을 때 관련업계에서는 누구나 콧방귀를 뀌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블럼 회장이 "컴퓨터나 서적등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블럼 회장은 나아가 경쟁사 제품보다 단 1달러라도 더 비싸게 파는 제품이
있다면 당장 값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제품판매로 손실을 입게 되는 부분은 광고유치를 통해 벌충할 수 있다는
것이 블럼 회장의 판단이었다.

싸게 판다는 소문이 퍼지면 수많은 네티즌들이 바이닷컴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히 광고주들이 몰려들고 광고단가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블럼 회장의 판단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1백여개의 업체가 새로 광고주로 들어왔다.

매출도 불과 1년만에 1억2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그동안 컴팩이 보유해 왔던 가장 빠른 시간내 매출 1억달러 돌파
기록을 깨뜨린 것이다.

최근엔 하루 1백50만-2백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성장가도를 질주중
이다.

블럼 회장은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지기를 싫어했다.

5세때 처음 수영을 배운 꼬마 블럼은 불과 8세때 전미 어린이 수영선수권
에서 우승,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럼은 이 챔피언 타이틀을 16세때까지 놓치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수영선수로 대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게 아버지 윌리엄 블럼의 얘기다.

그가 일찌감치 대학을 중퇴하고 벤처사업가로 나선 것도 평범한 길로
가서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대학 중퇴 후 그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자동차 주차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또 한때는 노드스톰 백화점 숙녀화 매장의 영업사원이란 자리를 구해
일하기도 했다.

입사한지 3개월만에 그는 최고 세일즈맨으로 자리잡아 일찌감치 남다른
사업수완을 인정받았다.

블럼은 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마이크로뱅크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애플사 매킨토시에 들어가는 메모리모듈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메모리칩의 가격이 오르기 전이라는 이점도 있긴 했지만 블럼은 창립
1년만에 이 회사를 매출 1백80만달러, 순익 1백20만달러의 탄탄한 중견기업
으로 성장시키는 실력을 과시했다.

1년후인 21세때 그는 이 회사를 센트론 테크놀로지에 팔아넘겼다.

매각금액은 2백50만달러.

사업능력 뿐아니라 M&A(기업인수합병)와 관련해서도 빼어난 수완을 보인
것이다.

이 돈으로 그는 아버지와 함께 피타클 마이크로라는 또 하나의 회사를
창업했다.

블럼은 광디스크저장장치를 만드는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후 독립
했다.

겉으론 자기주장이 무척 강하고 고집이 센 것처럼 보이지만 바이닷컴의
이사회에 고령의 경영고문들이 포진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블럼 회장은
선임경영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다.

그의 책상엔 올해 목표 10가지가 큼지막한 글씨로 씌어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도 아마존"이다.

비록 분야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매출액 면에서 올연말까지 인터넷 업계의
거인 아마존을 따라 잡는 것이 블럼 회장의 목표다.

현재 아마존보다 50%이상 빠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목표가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패기찬 주장이다.

블럼 회장이 이끄는 바이닷컴은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포천지 최근호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이미 16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40대미만의 미국내 갑부들중 당당히 랭킹 9위에 올라 있다.

상장이 이뤄지면 단숨에 선두권에 진입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력한 인터넷 기업들은 상장하고 나면 몇배씩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유에스뉴스&월드투데이는 "바이닷컴의 블럼 회장이
전개하는 신선한 판매전략은 유통산업에 일대혁명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이 회사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증시에는 또 한차례 인터넷주식붐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재창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