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까지의 이자 지급을 보장한다"

한때 한국에서는 사설 파이낸스회사들의 이같은 과대 광고가 난무했다.

투자펀드라는 낯선 이름의 펀드는 연 수익률 50% 1백%까지도 문제없다고
과장 광고를 하면서 시중 유휴 자금을 흡수해갔다.

올봄부터 또 벤처기업펀드 기업구조조정펀드가 도산한 회사의 채권이나
자산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치우는 방법으로 큰 수익을 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경제가 발전하려면 재테크도 따라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유치 영업을 위해 자기 회사, 자기 제품을 선전하는 것까지
굳이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또 자본주의 국가에서 각자 자기 실력대로 돈 버는 것은 다 자유이니 크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아니 지금처럼 돈 벌기 어려울 때는 국민 각자가 증권이나 주식투자 등의
재테크로 돈 버는 것이 오히려 우리 모두가 바라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극성스럽게 고수익률 보장을 내세우면서 광고하던 파이낸스
회사 가운데 하나가 문제를 드러냈다.

회사대표가 고객이 맡긴 돈을 멋대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일반투자자의 한푼 두푼 모은 돈이 제대로 지불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IMF경제위기 이후 작금의 정부시책을 보고 있노라면 일반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치밀하지 못한 듯하다.

대우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투자신탁 등 공신력을 갖춘 금융기관마저 자기
신분을 잊고 지켜야 할 유가증권 관계법의 기본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투신 증권 등 금융기관들의 투자자보호규정 위반, 즉 엄연한
범법행위가 있었어도 관계감독기관은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소홀한 것 같다.

또 정부 자체가 퇴출은행 등의 경우를 보면 주식소각이나 감자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헌법이 보장한 개인재산권 침해일 수도 있는 사항에 있어서 절차법의
중요성을 아예 무시하는 듯했다.

국법준수를 책임진 정부도,개인의 재산증식 업무를 신탁받은 금융기관도
모두 국가의 법원칙 지키는 일에는 불감증인 듯하다.

한국도 원칙적으로는 유가증권 기타 관계법에 의해 일반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 집행에 있어서 미국은 천양지차로 엄격하다.

법은 그저 갖고 있기만 하면 되는 치장품이 아니다.

미국처럼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무엇보다 그들만큼 있는 법부터
지켜보아야 한다.

그간 한국에서는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더 성공하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고지식하게 법조문대로 사업을 하다가는 도리어 망하기 십상
이라고까지들 말해왔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을 2등 내지 3등 국가로 뒤처지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민주국가란 법치주의 실현없이 실현되지 않는다.

법에 의한 통치없이는 예측 가능한 사회, 투명한 사회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대우사태에 있어 해외채권자들이 한국내 은행과 똑같이 추가 담보를 요구
하자 국내 일부에서는 간단히 웃어버리려는 입장도 있는 듯하다.

마치 외국인보다 내국인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가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경제원칙에 따라 무자비한
적자생존 게임을 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시대착오적 사고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서양에서의 법은 구성원 모두가 다같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서로가 엄숙히
약속한 계약이다.

기독교를 그 기본 종교로 하는 서양인들은 성경도 구약 신약하면서 인간과
하나님과의 약속으로 생각할 정도로 서로의 약속을 중요시한다.

이렇게 계약 당사자간의 엄숙한 약속을 깨고 저만 혼자 잘 살아 보겠다는
생각은 서방국가, 특히 미국에서는 이해되지도 못하지만 또 용서되지도
않는다.

이미 법으로 규정돼 있으면 있는 법대로 만민에게 똑같이 공평하고, 그리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법을 우습게 알기 시작하고 법이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에는 힘있는 자의 발호만 더하게 한다.

법이 있어도 제대로 공평하게 지켜지지 않고 힘없는 자는 앉아서 부당한
대우를 그대로 당하기만 해 온 것이 바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불안의
원인이다.

관계당국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정말 또 한번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힘없는 일반투자자만 손해보게 된다.

만일 그 만의 하나인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 사회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서도 관계 당국은 모든 것을 이미
있는 법대로 엄격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