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정치인 주주총회는 21세기 전자민주주의 시대에 걸맞는 정치인과
유권자간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 시험무대였다.

정치인들은 주주로 참여한 유권자들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현장에 참여한
5백만 네티즌을 대상으로 자신의 의정활동을 보고하고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거리유세나 정치집회가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
과 만나게된 국회의원들은 즉석에서 인기순위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의식한
듯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했다.

주주및 네티즌들도 이같은 의원들의 자세에 열띤 지지를 보냈다.

의원들은 특히 행사에 앞서 인터넷에 미리 의정보고서를 올리는 등 네티즌
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들은 무엇보다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인 전자민주주의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등 사이버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인 상을 제시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민석 권오을 의원은 지난 96년 국회 전자민주주의 연구회를 창립하는 등
정보화시대의 의정활동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은 활발한 정보통신법 입법활동을 자랑했다.

추미애 의원은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을 반대, 사이버 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른 개인의 인권침해를 막은 점을 내세웠다.

의원들은 또 의원활동평가에서 1위에 올랐던 사실도 강조했다.

김민석 김영환 박찬주 추미애 의원은 상임위 최우수의원에 선정된 점을,
권오을 한화갑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송곳 질문"으로 "국감 스타"에 선정
됐다는 여론의 평가를 각각 인터넷상에 올렸다.

특히 박찬주 의원은 자신뿐 아니라 상임위별로 최우수 의원을 표로 정리,
상임위별로도 최우수 의원을 비교분석토록 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화갑 의원도 국회 도서관 이용실적 1위를 내세워 "발로 뛰는 학구파"임을
과시했다.

여권 실세들은 또 국정개혁에 앞장선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해찬 한화갑 정동영 의원 등은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을 잡는데 일등공신
이었을 뿐 아니라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에는 활발한 외부강연으로 "개혁의
전도사"라는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네티즌에게 알렸다.

맹형규 한화갑 의원등은 지역구 활동 보고와 지역 유권자들의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자세히 제시, 내년 총선에 대비한 "표 다지기"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의원들이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의정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개성이 강하고 시각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네티즌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다.

박성범 정동채 의원은 보고서 첫머리에 네티즌에게 보내는 글을 실어 의정
활동에 임한 개인적 소감을 피력했다.

김홍신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의원배지를 달지 않으며 의원전용 출입문을 사용하지 않는
점을 의정보고서에 실었다.

박철언 의원은 지난 90년부터 10년간의 의정활동을 자세히 실어 의원들
가운데 가장 보고서 분량이 많았다.

반면 안택수 의원은 보고서를 아주 짧게 정리하면서도 두드러진 활동만
집중적으로 소개, 네티즌에 어필하는 전략을 택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