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백족어동
언념무의객

흰 여우 가죽 옷이 겨울 추위를 막기엔 좋을 것이나
그것을 몸에 걸친 사람이 어찌 옷 없는 사람의 시름을 알 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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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조식이 "정의에게 드리는 글(증정의)"에서 한 말이다.

"고관부인 옷 로비 사건"의 검찰 조사와 국회 청문회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 세상에 고가의 호피무늬 밍크 코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에서 누군가에게 높은 벼슬자리를 주는 것은 그가 백성들을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관 자리에 오른 사람과 부인이 제 한 몸의 영예로만 알고 호의호식하기로
만 한다면 그들은 배임자요, 공적이다.

자기 몸에 걸친 옷을 벗어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덮어주는 그러한 마음
씀씀이가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