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은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보호막인가, 생명을 앗아가는 독약인가"

올 여름 오존주의보 발령횟수가 부쩍 늘면서 오존은 경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하늘의 오존층은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로 비쳐
진다.

특히 오존을 이용한 각종 살균기 및 소독기를 생각하면 오존은 "좋은 약"
이라는 인식을 갖게도 한다.

이같은 차이를 일반인들은 흔히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만들어내는 오존과
자연상태의 오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정문조 CFC(염화불화탄소) 대체연구센터장은
"독이 되는 오존이나 약이 되는 오존은 산소원자가 3개 결합된 똑같은 물성
을 가진 물질"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오존의 두얼굴에 대해 농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오존이 인류에게 암적인 존재로 다가올 때는 강한 농도로 신체에 접촉할
때라는 것이다.

<> 경계해야 할 오존 =지구에 존재하는 오존의 90%는 지상 10~50km 사이에
있는 성층권내의 오존층에 밀집해 있다.

문제는 대류권의 오존이 지나치게 많아질 때다.

최근들어 오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존주의보 발령건수는 올들어 이미 작년 한해수준인 38회에 달했다.

오존주의보는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환경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오존 농도는
지난 90년 0.009PPM에서 98년엔 두배 수준인 0.017PPM으로 치솟았다.

오존농도가 일정기준 이상 높아지면 기침이 나고 눈이 따금거리거나 심할
경우 폐기능 저하를 가져 온다고 알려져 있다.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오존 농도가 O.05PPM인 상태에서 20일 노출된 무의 경우 수확량이 절반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오존 농도가 짙어지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 및 공장 배출가스 등에 함유된
질소산화물 탄화수소류 등이 태양빛과 반응해 만드는 오존이 늘어난 탓이다.

특히 오존은 <>지상의 평균 풍속이 초당 3.0m 미만으로 바람이 약하고
<>최고 기온이 25도이상으로 높으며 <>일사량이 많은 쾌청한 날씨가 지속될
때 발생하기 쉽다.

무더운 여름철 오후 2~5시대에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 이유다.

보통 2시간 가량 지속되는 발령시간중에는 노약자나 어린이 심장병 환자들
의 경우 활동을 피해야 한다.

정상인도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하늘의 오존은 인류의 보호막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지구상의 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함으로써 보호막 기능을 한다.

이 자외선에는 피부를 검게 하거나 피부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성층권의 오존층은 오존 농도의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다.

흡수할 오존층이 줄어들면 자외선이 직접 지표에 도달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성층권의 오존은 자외선과 반응하면서 소멸하고 생성되는 반복과정을 통해
일정수준의 농도를 유지한다.

문제는 인류가 만든 물질로 이 균형을 깬다는데 있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제 및 헤어스프레이용 분무제 등으로 쓰이는
프레온가스(CFC)류에 의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는 것.

CFC 감축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진 배경이다.

<> 오존은 쓰기에 따라 이로운 존재 =농도가 낮을 때 공기 또는 식수에
들어 있는 세균의 세포벽과 원형질을 파괴한다.

공기정화기나 세척용 오존수 생성장치 등이 이같은 살균효과를 노린 것.

오존발생장치에서 나오는 오존 농도는 0.02~3PPM에 이른다.

오존주의보가 0.12인 점을 감안하면 일부 제품의 경우 위험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존은 공기중에서 퍼지면서 세제곱에 반비례해 농도가 낮아진다.

따라서 오존발생장치 앞에 코를 대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곳에 장시간
오존발생장치를 작동하는 것 등만 주의하면 문제가 없다.

오존은 의료용으로도 쓰여 왔다.

19세기말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존과 오존수를 질병치료에 사용해 왔다.

오존과 산소가 인체의 세포에 산소를 공급,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스팀사우나 수영장 온천 등에 오존이 응용되는 이유다.

암이나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의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 오존을 이롭게 만드는 것은 인류에게 달렸다 =신체에 접촉하는 오존
농도를 줄이는 길은 일상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다.

자가용 이용 자제, 공회전 최소화, 에어컨 사용 줄이기, 타이어의 적정
공기압 유지, 아침 저녁에 기름 넣기 등이 제안되고 있다.

낮시간에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거나 유성페인트 칠을 하는 것도 자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성층권의 오존 농도를 감소시키지 않으려면 프레온 가스의 대체물질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존이 인류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 지는 인류의 손의 달려 있는 셈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오존이란 ]

오존은 대기중에 소량(통상 0.01~0.03PPM)이 항상 존재하는 무색의 기체로
특이한 물질이 아니다.

산소분자(O2) 하나에 산소원자(O) 하나가 결합해 강한 산화력을 갖는
분자량 48의 오존(O3)이 된다.

오존은 매우 특이한 냄새를 낸다.

대부분의 사람이 0.015PPM만 돼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오염물질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오존은 원래 자연상태에서 생성된다.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고전압의 전기가 방전될 때, 해변이나 깊은 숲속과
같은 조건에서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할때 오존은 발생한다.

비온 뒤나 숲속에서 상쾌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7년 환경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청정지역인 울릉도 등지에서
오존 농도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비해 높게 나타난 적이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성층권의 오존은 파장이 2백~2백80nm(1nm=10억분의 1m)로 가장 짧은
자외선 C가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진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A,B,C로 불린다.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 세기가 강하다.

자외선 B는 오존층에 흡수되면서 오존을 깨며 산소를 만들면 자외선 C가
산소와 반응해 오존을 만드는 것이다.

오존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분자다.

외부의 약한 충격에도 산소(O2)와 발생기산소(O)로 분리된다.

오존이 살균력이 있다고 할 때는 바로 발생기산소의 역할을 얘기한다.

과학자들은 오존을 세사람이 양손을 잡고 원을 형성한 구조라고 비유한다.

떨어져 나간 발생기산소는 양손을 둘 데가 없어 주변의 물질에 달라붙는
것이다.

살균력은 수돗물 살균에 쓰는 염소의 6배에 이른다.

박테리아는 물론 곰팡이 이끼 바이러스까지 10초내에 99.99% 이상 죽여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