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 < 전 일본총리 >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핵무기개발 계획과 중장거리 탄도탄(대포동 2
미사일)의 추가발사 문제와 관련, 북한에 대해 강경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같은 주장은 미국에선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공화당), 일본에선 자민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은 현재 일본의 북한 송금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중이다

이들 강경론자는 자유진영의 "미지근한" 협상자세를 지적하면서 "서방국가
들이 북한정권의 핵무기 놀음에 놀아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과거 나는 북한이 취한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자유진영이 북한의 "블랙메일(공갈협박)"외교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의 추가발사를 계속 밀고 나가고 원자로와 핵연료
사찰을 계속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당연히 이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의뢰,
강도높은 경제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자유진영이 북한의 "막무가내식" 외교술에 적절한 대응방법을 못찾고 헤매는
경우는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IAEA가
핵사찰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다.

당시 북한은 이를 거부했을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지
않으려고 온갖 궁리를 다했다.

결국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북한을 방문해서야 가까스로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교착상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몇개의 지하터널을 건설중에
있다는 의혹이 대두되면서 발생했다.

현 상황은 지난 94년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시작된
위기상황과 같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북한의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감행한 사실로 봐도 북한이 핵무기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NPT에서 탈퇴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노력이 실패할 경우 전세계 핵무기 확산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경제적 고립이 더 심화되더라도 단단히 결속,
북한의 블랙메일 외교정책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에 협력하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도 폐쇄된 군사독재국가로 남아 있다.

경제적 낙후 때문에 지도층도 개방의 필요성과 압력을 느끼고 있으나 외부
세계의 정보에 주민들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위치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이라는 요소들을 고려하면
북한은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경제발전이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북한 지도층의 유일한 대안은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문호를 폐쇄하며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사회가 북한에 폐쇄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하도록 기회를 줄 때만 북한의 어려움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 중국 일본은 북한이 중국의 덩샤오핑이 추진했던 경제개혁방식
을 채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점진적으로 국제사회에 문을 열고 협력을 모색한다면 더 구체적인
대북 지원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아직도 경제.정치적으로 남한과 동등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북한의 형편이 나아지면 지난 91년12월31일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이 회담에서는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 시행여부를 상호 감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유엔 중국 북한이 체결한
휴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자고 요구할 수도 있다.

평화조약이 체결되면 동북아의 중심인 한반도의 통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언제 폭발할지도 모를 북한의 상황은 인내심과 시간 사이의 경주나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들은 다음 세기가 오기 전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LA타임스신디케이트 = 본사독점전재 >

<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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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총리가 지난 22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나카소네는 지난 82~87년에 총리를 지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