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공기와 같아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사이버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컴퓨터프로그래머들이 시작한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더불어 새로운 정보민주화 논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카피레프트는 오랫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적 창조작업에 대한
권리는 독점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란 단어 자체도 사유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패러디한 표현이다.

카피레프트 운동은 80년대 컴퓨터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시작됐다.

지난 83년 미국의 컴퓨터프로그래머인 리처드 스톨먼이 "GNU 프로젝트"라는
자유(free)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스톨먼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기는 SW 개발초기의 왕성했던 상호협력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는 70년대 MIT대에서 컴퓨터를 연구할 때만 해도 SW는 자유로웠고 연구
그룹은 모두 이를 공유했다고 회고한다.

컴퓨터회사들도 자체 개발한 SW를 배포했고 프로그래머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정보를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SW에 대한 소유와 독점을 규정하는 법률에 의해 이같은
분위기는 사라졌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SW 소유자들은 돈벌이를 위해
높은 장벽을 쌓기 시작한다.

스톨먼은 이같은 장벽이야 말로 자유의 구속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 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공짜의 의미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말할 때의 자유라고 강조한다.

스톨먼은 구체적으로 3가지 자유를 들고 나왔다.

<>프로그램의 작동원리를 연구하고 이를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경시킬 수
있는 자유 <>이웃과 공유하기 위해 이를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
<>프로그램을 향상시키고 이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다시 환원할 수
있는 자유가 그것이다.

카피레프트 운동가들은 특히 컴퓨터를 이용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운영체계
(OS)를 MS가 독점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이 자유 소프트웨어의 우선과제로 새로운 OS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MS의 윈도를 대체하는 OS로 떠오르고 있는 "리눅스"는 "정보는
나눌수록 커진다"는 카피레프트의 이념을 실현한 대표적인 성과다.

지난 91년 핀란드 대학생인 리누스 토발스는 "리눅스"를 개발하고
카피레프트의 정신에 따라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그누/리눅스"에서 애초 토발스가 작성한 코드는 전체
의 5% 남짓에 불과하다.

정보공유를 바라는 전세계의 네티즌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함께 만들고
개선해온 것이다.

카피레프트는 상업적 독점에는 반대하지만 창작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인 발상이 전혀 다르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복사할 수 있고 자신의 용도에 맞게 수정하거나 기능
을 향상시켜 다시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리눅스"도 누군가가 이를 변형해 상업적으로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작권을 행사한다.

무료로 배포되는 검색엔진인 MS의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사의 "모질라
4.0" 등은 소스코드를 공개했지만 수정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카피레프트와는
다르다.

카피레프트운동은 인터넷시대를 맞아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사이버공간의 무법자인 해커(hacker) 크래커(cracker) 너드(nerd)와 이들의
도적물창고인 "와레즈(warez)"들은 "정보공유"를 표방하며 카피레프트를
내세운다.

또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라는 문구 대신 "Copyleft"를 내건
웹사이트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피레프트 운동은 활발하다.

진보정보운동을 표방한 "진보네트워크", 시사 패러디 사이트인 "딴지일보",
웹진 "아웃사이드", 서형원의 "녹색세상" 등에는 "Copylefted by" "사이버
스페이스라면 상업적인 목적이라도 마음껏 이용해도 좋습니다" 등의 글귀가
자리잡고 있다.

카피레프트를 지향하는 개인홈페이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카피레프트 운동은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권문제 전반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클릭 한번이면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시대를 맞아 지식재산권을 더욱 철저히
보호하고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유를 통한 공공의 이익증대"를 목표로 하는 카피레프트가 앞으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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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