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고용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베르너 그래슬레(Werner Graessle) 주한 유럽연합(EU)상의 회장은 한국은
고용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하며 이는 곧 고용조정
으로 연결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슬레 회장은 고용문제를 포함해 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생존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정부는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21세기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제협력" 대담 시리즈(하)는 한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워너 글레슬레 EU상의 회장을 초청,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유럽
기업인들의 시각을 들어봤다.

대담은 전경련 배이동 상근 부회장 보좌역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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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EU가 한국경제와 기업의 대외 신뢰도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한 EU상의의 역할도 적지 않았습니다.

먼저 주한 EU상의가 주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 들려주시지요.

<> 베르너 그래슬레 EU회장 =주한 EU 상공회의소의 활동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에 진출해 있는 EU 15개 회원국 5백20개 기업의 사업 활동을 돕고
유럽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맡아 운영하는 역할을 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EU에서 사업 활동을 하고 있거나 EU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업무지요.

쉽게 말해 서로 긴밀하게 경제 협력을 하는데 활동의 초점이 맞춰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유럽 단일통화의 출범은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로(Euro)화가 출범초기의 강세와는 달리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세에
따라 금년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유로화의 가치는 유럽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유로화의 과도한 약세는 통합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EU나 최근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국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로화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그래슬레 회장 =유럽은 매우 짧은 기간내에 공동의 단일 통화시장을
창출했습니다.

출범 이래 지금까지 유로화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로화의 달러대비 환율은 금년초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연초 유로화가 출범했을 때 새로운 통화에 대한 많은 기대로
인해 예상외로 급등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출범 초기의 환율 수준으로
복귀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유럽경제의 회복세,물가와 금리의 안정기조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유러화의 비중은 투자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4분기중 국제 채무시장에서 민간부문의 유로화 표시 채무증권
사용이 상당수준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유러화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MU(유럽통화동맹) 출범과 EU 통합의 가속화에 따라 EU의 투자환경에도
향후 많은 변화가 있을텐데요.

한국기업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협력관계의 다변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기업과의 상호 투자진출 확대를 통한 기업간 전략적 제휴 및
산업기술협력 강화, 동구 등 제3국시장 공동진출 등 많은 분야에서 유럽기업
과의 협력관계를 넓혀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MU 출범과 EU 통합이라는 환경변화가 역내.외 기업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 그래슬레 회장 =이미 EU지역에 진출한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대금
청구와 결제 등을 포함한 기업회계 업무를 유로화 베이스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회원국에서 유로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있어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거래 코스트는 상당히 낮아진 측면도 있지요.

유로화 도입과 EU 단일시장의 진전에 따른 시장확대와 무역창출 효과는
역외 기업에게도 많은 혜택과 기회를 부여할 것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역외기업의 경우 전체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유로화의 도입에 따라 유럽차원의 가격정책을 세우고 판매와 마케팅
분야에서도 현재의 유통 채널과 지역별 판매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가격 투명성 제고와 치열해진 경쟁에 의한 가격절감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매도 중앙통제적 방식으로 바꾸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변화는 기업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누가 그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는냐의 여부에 따라 유럽시장을 주도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지난번 바나나 분쟁에 이어 최근 미국산 쇠고기와 콜라 수입문제를 놓고
EU와 미국간 통상마찰이 다소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측 통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그래슬레 회장 =현재의 양측간 통상마찰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일시적인 사안으로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유럽과 미국은 양측간 무역장벽 해소의 필요성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곧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들 것입니다.

지속적인 통상마찰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이로울게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나온 EU집행위의 국별정책보고서에는 아직도 한국의 시장 접근
분야에 대한 불만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한국도 반덤핑조치 등 EU측의 빈번한 수입제한조치에 대해 지나치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EU 통상관계에 있어 앞으로 주요 이슈가 될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그래슬레 회장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심도
있는 시장개방과 투자환경 개선 조치를 시행해 왔습니다.

단기간내에 비교적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와 규정의 해석과 실제 집행과정에 있어 투명성의 부족으로
외국기업들이 차별대우을 받는 사례가 일부 있는게 사실입니다.

일례로 인천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한국정부의 과도한 서류제출
요청과 개별기업의 기밀정보 보호가 미흡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의약품 분야에서도 승인절차에 많은 비용과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특허권
이전절차도 복잡한 편입니다.

수입차에 대한 세금과 관세부과 시스템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외국제품의 수입에 대한 한국언론의 인식과 보도내용도 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어 졌으면 합니다.

다만 EU기업들도 한국에서 사업활동을 하면서 겪게되는 어려움에 대해 보다
인내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유럽기업의 대부분이 단기 이익실현이 아닌 장기적인
사업전략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제위기 와중에도 투자를 철수한 유럽기업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이 점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 최근들어 EU의 대한 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EMU의 출범 등이 한국에 대한 투자기회를
넓히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회장께서는 우리정부의 외국인투자고문(Foreign Investment Advisor)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양측간 상호 투자관계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그래슬레 회장 =한국은 이미 유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직접적으로 수출과 연계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을 통한
성장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해외투자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와 관련, 금년 상반기에 유럽이 한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53%가 증가한
18억달러 이상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유럽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그 만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금년도 1백50억달러 외국인투자 유치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EU기업간에는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유망한 협력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기업은 석유화학과 가전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한국기업과의 제3국
공동투자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개혁 및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앞으로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도 함께 들려주시지요.

<> 그래슬레 회장 =한국은 여러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
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저력과 성장잠재력을 다시 한번 인식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금융분야의 구조조정과 개혁작업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부부문의 구조조정은 아직 미진한 분야들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개혁의지를 감안하면 당초 계획대로 잘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라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초점은 다운사이징에
있는데 이는 곧 고용조정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의 실업문제는 과거에는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으로
큰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경제의 현실에서 완전고용은 있을 수 없으며 고용문제는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의 구조조정에 있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시장에서 승자를 선택할 수는 없으며 기업의 생존원칙도 시장이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기업들이
이 틀안에서 경제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하여 고객 주주와 종업원에 대해 보다 큰 비중을 둬야
합니다.

고객은 가장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사길 원하며 주주는 투자에
대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종업원의 만족은 생산성과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들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수익성을 제고시킬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가 앞으로 "자기만족의 함정(Complacency Trap)"에
빠지지 말고 개혁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정리= 이익원 기자 ik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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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너 그래슬레 주한 EU상의 회장 약력 ]

<>44년 오스트리아 출생
<>저먼보딩스쿨 졸업
<>61년 루프트한자 입사
<>76년 영국 지사장
<>96년 한국 지사장
<>99년 3월 한국정부 외국인투자 고문
<>서울시장 외국인투자자문위원회 위원
<>주한 EU 상의 회장
<>한독상공회의소 회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