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13년의 베테랑 바텐더 현병수(34)씨.

칵테일에 반해 바텐더가 된 그는 다시 인터넷에 취해 사이버 바텐더로
변신했다.

인터넷은 그의 무한한 사업무대.

칵테일 제조법(recipe)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월 2백만~3백만원의 과외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음달엔 가상공간에 ''칵테일 학원''을 열고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영상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직업도 인터넷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바텐더도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멸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목일을 하다가 바텐더의 길로 들어섰다.

우연히 본 한 바텐더의 현란한 몸동작과 맵시있는 유니폼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길로 학원으로 달려가 2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지난 85년초 이태원의
한 외국인 전용 바에서 바텐더로 입문했다.

현씨는 갖가지 새로운 칵테일을 선보여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그가 개발한 칵테일은 1천여종.

바나나와 각종 크림술을 섞어 만든 "소프트 터치"와 술에 불을 붙여 레몬
껍질을 타고 커피잔 안으로 흘러내리도록 한 "프로메테우스 커피" 등이
대표작이다.

명성을 얻자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칵테일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였다.

91년 칵테일 학원을 열었다.

그러나 칵테일 전문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게 가장 고민이었다.

유명서점의 외국책 코너를 모두 뒤지고 다녔지만 허사였다.

"몇년전 손님중 한 명이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하더군요. 인터넷에선
원하는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주저없이 컴퓨터부터 샀다.

밤마다 인터넷에 빠져 세계 각국의 칵테일 정보를 사냥했다.

지금까지 2만~3만쪽에 가까운 분량의 칵테일 관련 정보를 모았다.

"문서로 전해지는 칵테일의 종류가 8천여가지인데 비해 인터넷을 통해서는
1만2천여가지의 제조법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방대한 정보와 다년간의 실전 경험은 그를 "칵테일 박사"로 만들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칵테일 경제론"을 가질 정도.

"칵테일 한잔으로 경제가읽힙니다. 부드럽고 과일향이 많은 칵테일이
인기를 모으면 호황이라는걸 의미합니다. 반면 요즘처럼 폭탄주 등 알코올이
강한 술이 유행하면 여지없는 불황입니다"

현씨는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모아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에 "가상 칵테일
바"를 열고 네티즌들에게 칵테일의 묘미를 선사했다.

지난해부터는 월성정보시스템에서 운영하는 칵테일전문 사이트 "칵테일나라"
(www.cocktailnara.com)를 통해 칵테일 제조법도 판매중이다.

그는 내친 김에 인터넷을 이용한 영상교육 사업으로 여세를 몰고 있다.

내달부터 원격 칵테일 영상교육에 나서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인터넷을 통해 칵테일 제조법은 물론 바텐더의 쇼맨십까지 안방이나 주방
에서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칵테일은 무한한 창조의 세계입니다. 재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수천가지
다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칵테일과 인터넷은 서로
닮았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사이버 바텐더의 인터넷관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