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건립 이전에는 국악전문공연장이 없었습니다. 국악은 공연양식
이나 음향, 감상방식이 서양음악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요. 국악전문
공연장에 대한 기본자료가 없어 이를 일일이 연구해가며 설계를 했습니다"

건축가 김원(56.광장건축 대표)씨는 국내 첫 국악전용 공연장과 국악박물관
을 설계함으로써 국악공연장에 관한한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

"현재의 국립국악원이 지어지까지는 10년이란 세월이 소요됐습니다. 예술의
전당 부지에 자리잡은 오페라하우스와 여러개의 양악공연장에 비해
국립국악원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데도 그랬어요. 그 만큼 설계가
어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시 국립국악원의 건립과정이 국내에서 국악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짓는데 10년이나 걸린 것도 예산이 제대로 나오지않았기 때문이다.

그 기간동안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장관이 8명이나 교체됐다.

"이 건물은 당시 문화부가 저에게 수의계약형식으로 설계를 맡겼습니다.
제 설계안을 보고 어떤이는 국악공연장 형태가 아니라며 경복궁을 그대로
모사한 형식의 설계안을 제시하기도 했죠. 당시 장관이 그 안을 수용했더라면
지금의 국립국악원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국악공연장이니까 전통건물 양식을 그대로 도입해야한다는 단순한
논리앞에 답답함을 느꼈다.

현대건물도 한옥지붕에 단청을 해야 전통양식이라고 주장하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건축과 출신인 김씨는 광주카톨릭대학캠퍼스 남원국립국악원
통일연수원 서울종합촬영소 주한러시아대사관 쎈뽈수도원 등을 설계한
중견건축가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