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지역주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의 보편적인 질서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역블럭수 163개중 WTO 출범 이후 새롭게 탄생한 지역
블럭수가 무려 52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들이 지역주의를 전략적인 통상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역블럭에 경험이 없는 국가들도 경험을 쌓기 위해
소지역 자유무역지대를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지역블럭간의 연계움직임인 지역주의 광역화 추세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북미와 아시아 국가간의 APEC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간의 ASEM, 북미와
유럽간의 북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적극 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시장을 확보
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교역상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대외정책의 주요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 FTA 후보국으로 어떤 국가가 적합한가

이론적으로 FTA 추진에 따른 무역상의 이익은 관련국가와의 무역장벽이
높을수록, 교역구조가 경쟁적(competitive)보다는 보완적(complementary)
일수록,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일수록 크게 나타난다.

경제적인 측면과 함께 지역블럭에 경험이 없는 우리와 같은 국가에서는
FTA의 경험축적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도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FTA 추진가능성을 검토해 보면 주요 교역상대국중
칠레와 일본, 중국, 미국이 적합한 국가로 보인다.

현재 정부도 이러한 국가와의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후보국중에서 FTA 추진속도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칠레는
아직까지 경제규모나 교역규모가 작으나 현재 10여개의 지역블럭에 가담하고
있다.

FTA의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경험축적과 여타 중남미 지역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차원에서 적합한 국가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일본과의 FTA 체결은 경제적인 파급효과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

문제는 개별 혹은 지역차원의 여건면에서는 향후 FTA 추진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은 아직까지 WTO의 비회원국이다.

물론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결과를 놓고 볼 때 금년내에 WTO에 가입될
확률이 높지만 우리와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관세와 각종 비관세장벽
이 해소돼야 한다.

북한문제와 미국의 견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FTA 추진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잘돼 있으나
여타 국가와 달리 수출경합관계가 높다.

향후 FTA 추진시 가장 우려되는 대일 무역적자 확대문제도 바로 이런 연유
에서다.

미국과의 FTA 추진은 통상마찰 해소와 중장기적인 수출시장 확보차원에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반면 우리 상품의 경쟁력과 그동안 이뤄진 한미협상의 내용을 감안할 때
무역적자 확대, 각종 제도와 관행의 개선요구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 FTA 추진시 얼마나 효과가 있나

앞으로 칠레, 중국, 일본, 미국과 FTA를 추진할 경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수입가격 인하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수출증대효과가 예상된다.

세계은행(IBRD)와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공동 개발한 SMART 프로그램
의 수입수요탄성치를 이용하여 수출증대효과를 보면 중국에 대해서는 26.4%,
일본 18.3%, 칠레 16.1%, 미국 9.8% 순으로 우리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차례에 걸친 관세인하로 94년 이후 관세율이
7.9%로 충분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이들 국가와 FT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일본, 미국을 제외하고는
수입증가와 같은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과의 FTA를 추진할 경우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
효과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한중일 3국간의 FTA를 추진할 경우 역내교역은 18%가 증가하는 반면
미국 등 역외국과의 교역은 8% 정도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들어 한중일 3국간의 교역규모가 급속히 커질 뿐만 아니라 무역
구조 자체도 보완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FTA 추진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과 대외협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국중에서 미국, 일본과의 FTA 추진은 금융위기 재발시 제2선 자금
(back up facility) 화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별로는 앞으로 후보국가와 FT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경제발전 단계의 차이로 우리와 이들 국가와의 산업구조 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춘 <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