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린지 < 미국 기업연구소 상임연구원 >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경제의 보물이다.

미국경제가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그의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덕이었다.

금융시장 투자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그를 존경한다.

그린스펀의장은 내년 6월20일 제3기 4년 임기를 마치고 FRB를 떠난다.

이같은 임기만료는 미국의 통화정책 앞날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그의 퇴임후 미국은 여러 경제적인 난제에 봉착할 수 있다.

그의 퇴임과 관련해 우려되는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빌 클린턴대통령이 그린스펀에게 다시 한번 더 임기를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재임명 방침을 지금 당장 공표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미국경제는 현재 매우 건강하다.

그러나 이면을 잘 살펴보면 여러 곳에서 적신호가 보인다.

세계각국의 휴양지에는 미국인들로 북적대고 근로자 임금은 최근 1년 사이에
6%나 올랐다.

또 일반 국민들은 무서운 기세로 돈을 쓰고 있다.

소득증가율보다 소비증가율이 더 높다.

이러다가는 미국인 모두 머잖아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다.

민간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의 유동자금은 투자를 초과한 상태이며, 은행차입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외국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민간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왕성한 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의 순외채는 2천억달러 늘어났다.

올해는 4천억달러 더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경제가 팽창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순외채가 6천억달러나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은 상당히 걱정스럽다.

미국의 민간경제가 외자에 종속될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FRB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스톡옵션 문제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하고 첨단기업들의 노동시장교란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증시활황에 편승,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FRB는 스톡옵션이 성과급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기업들은 이에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
에서 직원들에게 준 스톡옵션을 누락시키고 있다.

하이테크 관련 기업들은 늘어나는 인력수요를 외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메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원을 해고하고 언어능력이 없는 근로자를 표준임금
이하의 저임금으로 채용,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하지만 FRB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차기 FRB의장 선임문제다.

내년의 미국 대통령선거를 놓고 각 정당이 후임자 선임을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현 의장 후임자 선임문제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를 풀기위해 세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FRB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첫번째 방법이다.

두번째는 차기 대통령이 차기 FRB의장을 선임하는 것.

세번째 방법은 그린스펀을 다시 임명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우선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화당이 득세하고 있는 상원이 임기 말년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새로운 의장을 달가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그린스펀의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수 있다.

레임덕으로 인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경제적 위기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

세번째로 그린스펀을 재임명한다는 아이디어는 시기가 문제다.

대통령 선거로 인해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그린스펀을 재임명하는 것은
FRB와 백악관이 모종의 막후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정치권의 간섭에서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불투명성과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당장 그린스펀을 재임명"하는 것이다.

민주당적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재임명하고,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이
인준하는 모양새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효과를 낸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당파 또는 정략을 초월한다는 인상을 세계 금융시장에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이같은 선택은 차기 대통령에게는 물론 미래의 미국을 이끌어 갈
정권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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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FRB이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공화당의 조시 부시2세 대통령후보의
경제정책 고문으로 있는 로렌스 린지 미기업연구소(America Enterprise
Institute) 상임연구원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