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라는 자신의 장편 제목을 그리스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에서 가져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가 부르는 "기차는..."을 듣고 있으면
모든 걸 떨치고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기차여행은 목적에 관계없이 낭만적이다.

페널티킥을 앞둔 골키퍼처럼 늘상 불안과 고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기차여행은 커다란 위안으로 작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광들을 무심코 바라보다
눈에 띄는 아무 간이역에나 내려 들길을 쏘다니다 오면 마음속 시름이 한결 ]
덜어질 것같다고들 얘기한다.

대합실과 차단기를 갖춘 기차카페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인 듯
보인다.

철도청이 휴가철을 맞아 자동차를 함께 싣고 가는 카레일열차를 마련한데
(20일~8월22일 성북역에서 강릉까지) 이어 여행중 컴퓨터게임이나 바둑을
즐길수 있는 게임열차를 운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철도청은 지난해 잠든 승객에게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깨우미서비스
를 도입했는가 하면 휠체어를 탄채 승차할수 있는 장애인전용객차, 장난감과
볼풀장을 곁들여 놀이방으로 꾸민 어린이전용객차를 신설했다.

또 정동진해돋이열차의 성공에 힘입어 신록순환열차 섬강물놀이열차
조개잡이관광열차 정선5일장 관광열차를 비롯한 각종 기획상품을 개발하는
등 서비스 강화에 역점을 둬왔다.

게임이나 바둑에 몰두하다 보면 눈깜짝할 새 목적지에 도착할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옆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나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기쁨은 누릴수 없을지 모른다.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22~25일 코엑스에선 바둑 장기 체스 스타크래프트 등 각종 두뇌게임의
최고수를 가리는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가 개최되고, 26~28일엔 데이콤
주최의 프로게이머 올스타전이 열릴 정도로 게임열풍이 불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장원에서도 컴퓨터를 설치, 기다리는 동안 게임이나 채팅을 할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변화하는 세태에 맞춰 고객만족을 실천하려는 철도청의 노고가 좋은 결실을
거뒀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