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구해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귓전을 때려 밤잠을
설쳤다.

꽃잎같은 아이들의 주검앞에 오늘 내가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과 참담함을 느낀다.

평소 나의 무사안일과 불성실이 천사와 같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데
가세하지는 않았을까?

죄책감이 크다.

화성수련원이 화염에 휩싸여 불타고 있는 장면은 CNN과 BBC 전파를 타고
지구를 돌았다.

한국의 이미지는 또 한번 구겨지고 먹칠 당했다.

외국의 방송들은 "한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안전문화를 만드는 일에
소홀했으며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끄럽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년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때 그 현장에 나는 보도기자로 서 있었다.

일순간에 강남의 초호화판 백화점이 쓰레기더미로 변해버린 현장에서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죄없이 숨져간 5백여명의 목숨앞에서 우리는 모두는
죄인이었다.

왜 우리는 과거의 비극에서 배우지 못하고 참극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일까?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상처를 안겨준 이번 참사사건이야말로 국민들의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긴급하게 다뤄야할 사안이다.

그러나 오늘 여야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하찮은 정쟁의 게임은 아이들의
죽음과는 무관하다.

작년 영국의 웨스터민스터 의사당을 방문했을때 사무처 관계자는 "영국의회
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밀려오는 이슈들 때문에 압사당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의 상.하원은 지난 6개월 동안에 5천4백여건의 법안과 동의안을
제출하고 심의하느라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돌아갔다.

미국과 영국같은 나라에서 "화성수련원 참사"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대표들이 구석구석을 챙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챙기는 일로 우리 국회가 실질적으로 바쁘게 돌아갈때
비로소 아이들의 죽음앞에 속죄하게 될 것이다.

"살려주세요"

지금도 꽃잎같은 아이들이 울부짖는다.

우리들 어른들을 향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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