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수원지점에 근무하는 이성동 대리의 기상시간은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그는 바로 노트북 PC를 켜고 본사 컴퓨터와 접속시킨다.

이 대리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노트북은 삑삑거리는 전화음을 내면서
그날의 일정표와 상사의 업무지시, 매출목표 등 각종 정보를 내려받는다.

"오늘은 실적이 부진한 L사를 방문해야겠군".

인천의 집을 나와 첫 거래처에 도착하는 시간은 9시30분.

노트북으로 거래처 사장과 함께 신제품 광고를 동영상으로 보다가 경쟁사
동향을 슬쩍 묻는다.

이번 판촉행사에선 백설햄을 많이 팔아달라고 당부한 뒤 다시 길을 나서는
시간은 10시30분이다.

예전같으면 거래선을 방문하기 위해 출발하는 시간이다.

제일제당에 "움직이는 사무실(Mobile Office)"제도가 도입된 후 이 대리의
하루일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8시30분까지 출근후 부서회의를 마치고서야 2~3군데 매장을 돌던게
하루 일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곧장 거래처로 출근하고 퇴근도 현지에서 한다.

사무실은 이틀에 한번꼴로 들른다.

팀장이나 동료들도 되도록 거래처를 방문하는 코스에 맞춰 밖에서 만난다.

이러다보니 영업효율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은 물론 개인시간을 내기도
편해졌다.

"영업사원에게 오전 1시간이란 오후 몇 시간에 해당하는 금쪽같은
시간입니다. 처음엔 노트북을 달랑 들고 길거리에 나서니 무겁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하루에 1~2개 거래처를 더 방문할 수 있어 성과가
좋아졌습니다"

이 대리는 "팀장도 처음엔 부하직원을 자주 못만나 불안해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전자우편으로 약속장소를 정할 정도"라고 말한다.

제일제당은 지난 3월 모빌오피스제도를 도입했다.

회사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아끼고 영업현장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방문하자는 취지에서다.

본사와의 업무연락은 노트북PC와 휴대폰으로 이뤄진다.

이 회사가 모빌오피스를 도입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 때 제일제당은 영업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리스트럭처링에 들어갔다.

까르푸 월마트 등 외국유통업체가 상륙한 것은 물론 P&G 같은 선진업체들의
판촉공세가 심해지자 획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의 생활용품업체인 가오였다.

이 회사는 70년대부터 P&G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일즈
어드바이즈라는 영업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초보적인 모빌오피스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제일제당은 영업사원의 경쟁력은 적극적인 현장활동과 고급 정보력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내리고 97년초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사적 영업정보
시스템인 "액션21"의 구축에 들어갔다.

핵심은 전사원간 정보를 공유하고 영업업무를 매뉴얼화하는 것이었다.

15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액션21은 지난해말부터 본격 가동될 수 있었다.

제일제당 김주형 상무(영업기획실장)는 "미래의 영업형태는 "예측영업"
"제안영업"이 돼야 한다"고 액션21의 의의를 설명했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의 매출이 향상되도록 각종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사의 매출을 올리는 윈윈(Win-Win)영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또 "사람은 저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지만 업무가 매뉴얼화되면
모든 사원의 능력을 평균치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액션21은 이를
도와주는 도구"라고 덧붙였다.

제일제당의 모빌오피스제도는 결국 액션21의 구축과정에서 파생된 셈이다.

이 회사는 현재 20여명의 특판사원을 대상으로 모빌오피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판사원들의 노트북에는 <>유통정보 <>판매상황 <>거래처실적 <>신상품정보
<>매장 디스플레이 <>정기방문계획 등 영업사원들이 숙지해야할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프로그램화돼 있다.

신영식 영업기획팀 대리는 "모빌오피스는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줄인다는
것보다 실제로 영업활동에 도움이 되는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빌오피스를 도입한 이후 하루 방문점포수가 2.7개에서 5.3개로 크게
늘어났으며 거래처와의 친밀도도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제일제당은 모빌오피스의 성과가 좋다고 판단, 올해안에 6백여명의 영업사원
전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하는 등 적용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시스템을 구축한 제일C&C의 이영도 영업정보팀장은 "아직 무선데이터통신이
제대로 안되는 등 통신인프라가 아직 안따라주는 측면이 있으나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환경이 일반 업체의 영업형태나 경영관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진단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액션21'' 단계별 추진전략 ]

<> 1단계 - POS시스템 구축
- 액션21시스템 관리운영

<> 2단계 - 대리점 전산개발
- 소매점 지원시스템 구축
- 휴대용PC 전 특판경로 확대
- 플렉서블 타임제 운영

<> 3단계 - 대리점 자동발주시스템 개발
- 제안영업시스템 구축
- 휴대폰PC 전영업사원 확대
- 재택근무, 모빌오피스 운영

<> 4단계 - 수요예측시스템 구축
- 사원평가시스템(개인연봉제 연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