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과 한국노총 위원장, 국민회의 노동특위 위원장이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한 예산편성 지침을 사실상
폐기하는 한편 오는 7월 노사정위원회 관련법률의 시행령이 제정되는대로
3기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오늘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취소했으며 민주노총 역시 지도부의
단식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검찰 간부의 "조폐공사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빚어진 대결적 노정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국민과 외국 투자자들이 우려하던 노동계의 극한투쟁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동계의 간헐적인 시위와 파업이 서해 교전, 금강산 관광객 억류 및 정치적
사건들과 맞물려 어수선하던 시국이 평온을 되찾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러 모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지나치게 원칙을 저버림으로써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영자들의 단체인 경총은 노정간의 합의가 무엇이든 모든 사안들은 노사정
위원회에서 원점부터 논의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고 그 합의에 대한 이행도 담보될 수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경영계가 참여하지 않은 노정간의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합리적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정한 입장과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라고 요청한 것도 옳은 말이다.

또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이 인력감축, 체력단련비의 폐지, 퇴직금 누진제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공기업의 예산편성 지침과 상충될 경우 단체협약을
우선 적용한다는 합의에 따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그 속도와 강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이는 민간의 구조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화합 차원에서 구속 및 수배 근로자에 대한 구제를 정부가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 역시 법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파업 등 노동계의 투쟁과정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불법이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대로 "조폐공사의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노동계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는데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원만한 노사정관계를 복원하는데 급급해 노동계의 무리한 요청까지
수용해서는 결코 안된다.

원칙에만 매달릴 수 없는 정부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봉책을 쓰면 나중에 더 큰
후유증을 안게 된다는 과거의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