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인 "아마존.com".

8백여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매출이 매년 3-4배씩 늘고 있다.

설립 4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부상했다.

그만큼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는 뜻이다.

아마존이 커지면 가장 좋은 사람들은 주주들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통신업체들도 희색이다.

오고 가는 데이터량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회선을 빌려주는 이들의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아마존같은 전자상거래(EC)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여러가지
부가혜택을 받고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사용자들을 겨냥한 부가서비스시장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
이다.

실제로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2배씩 증가하며 통신업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작년엔 3백80억달러였으나 올해는 9백50억달러,내년엔 2천2백60억달러,
2001년엔 4천5백9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거래가 늘면서 통신량도 매년 30%씩 증가추세다.

통신업체 입장에서 보면 회선만 임대해주고도 앉아서 매출이 그만큼씩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통신부문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10년안에 4-6%선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전자상거래 규모가 확대되는데 힘입은 것이다.

메릴린치는 지난 3월15일부터 사흘간 뉴욕에서 열린 "제8차 연례 메릴린치
글로벌 텔레콤 CEO(최고경영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던 내용들을 토대로
통신업계에 불어닥친 인터넷 혁명의 영향을 정리했다.

<> 전자상거래의 성장은 통신업계에 "제2 도약"의 밑거름

통신업계가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로 얻는 이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위성통신 서비스업체인 이리듐이 소비자문의의 70%를 인터넷을 통해 받아
고객서비스 비용을 50%가량 절감한 사례는 이점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선 통신업계는 회선임대업 뿐아니라 직접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로도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ISP는 일반 PC 사용자를 인터넷망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는 핵심업종으로 꼽힌다.

ISP는 통신료 결정권이 있고 고객이 원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인터넷이 무선통신과 만나면서 무선 인터넷검색서비스나 이동공중전화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응용사업이 부족해 사양화 추세를 달리던 무선통신업체들에겐 인터넷
의 등장은 신사업으로의 진출 기회를 무한히 제공하고 있다.

요금징수시스템이 비교적 잘 정비돼 있는 통신업체들은 인터넷 부가서비스
업체들에게 "요금징수대행사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부가통신 사업자들은 기존 통신업체에 통신료 징수를 위탁하고 대신 수수료
를 지불한다.

이밖에도 고객들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타킷 마케팅
이 필수적인 백화점이나 통신판매업체들에 고객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노하우
를 판매하는 "온라인 디렉토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 경쟁력의 키워드는 "속도"다

사업기회가 많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서는 곤란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된다.

통신업계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전송용량과 속도다.

이는 수도관의 지름과도 같은 개념이다.

수도관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지는 관의 폭인 "지름"에
의해 좌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기존 유.무선 통신업계가 신경쓰던 "가격"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인터넷 접속건수가 늘고 동화상이나 그래픽등 대용량 내용물이 전송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얼마나 빨리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느냐"에 주목한다.

안정성도 중요한 경쟁력 요인이다.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역 통신사업자및 개인PC 사용자와 무리없이
연결, 안정된 통신품질을 보장해 줘야 한다.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가진 "디지털가입자망(DSL)"이 인터넷 통신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 전자상거래와 함께 늘어나는 기업인수합병(M&A)

전자상거래(EC) 규모가 커지면서 통신업계간 M&A도 늘고 있다.

인터넷 시장 선점을 위한 것이다.

미국 1위의 통신업체인 AT&T가 작년 케이블TV 업체인 텔레커뮤니케이션(TCI)
을 인수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케이블TV 업체인 USA네트워크가 인터넷 검색업체인 라이코스를 매입한 것도
광고매출이 크고 앞으로 인터넷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판가름할 수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관문)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이 저변에 깔려있다.

최근 통신업계 M&A의 뚜렷한 특징은 기존 통신업체의 한 사업 부문이었던
인터넷 사업 분야가 분리된 후 다른 기업과 합병되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은 인수기금을 마련키 위해 모 주식과 별개로
트래킹주식(Tracking stock,사업부문이 발행하는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도이체텔레콤(DT)과 홍콩텔레콤(HKT)이 좋은 예다.

<> 제언

기존 유선 통신업체들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인터넷은 확실히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도전도 만만챦다.

케이블TV나 위성통신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문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에
속속 진입하며 위상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선교환방식이 아닌 패킷교환방식으로 부가서비스를 시작하는 신규 유선
업체들도 기존 통신업체들이 손 대지 못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결국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변신이 아니고서는 살아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나의 방안이 있다면 업종간 결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다.

사실 최근 통신업계에서는 무선과 유선, 위성과 케이블TV, 장.단거리 통신
등의 구분이 허물어지고 있다.

또 5-10년안에 무선 데이터및 인터넷 접속속도가 놀랄만하게 향상된
"제3세대 무선통신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통신업체는 홀로서기보다는 신생 전문업체나 타 업종
업체와의 제휴나 결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게 좋을 듯하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