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파견 시장은 성장 가능성에 비해 지나치게 영세한게 현실이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경쟁은 너무 심하다.

덤핑수주는 말할 것도 없고 출혈을 하면서 까지 시장을 유지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불법행위도 생긴다.

여기에다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에서 너도나도 뛰어든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수요추세를 볼 때 인력파견 시장은 매년 평균 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경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5.5%가 새로 인력을 뽑을
경우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하려면 경영방식의 선진화와 전문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영세한 파견업체들도 시장기능에 의해 대형화해 일정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실태 =흔히 인력파견업을 하면 파견근로자 1명당 매월 9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지간한 기업과 연줄만 있다면 한번쯤 해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예를 들어 1백명의 근로자를 기업에 파견하고 한달에 9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치자.

지하철역에 가깝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실평수 20평의 사무실을 유지
하려면 매월 2백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다가 사장을 포함해 직원 5명의 인건비로 평균 7백50만원이 지출된다.

다른 비용이 하나도 안들어도 당장 적자다.

이렇게 몇달만 가면 자본금을 까먹는 것은 시간문제다.

덤핑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되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월 9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

파견업체가 난립하면서 1인당 월 1만원이라도 남는다면 공급계약을 따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파견계약을 맺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한다.

해당 기업과 연고권을 맺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월 2백50명을 파견시켜야만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달에 2천5백명씩을 고정적으로 내보낸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다.

사용업체로부터 현금을 받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이러다보니 일부 파견업체는 파견근로자를 1년가량 보내기로 이면계약을
맺고 11개월쯤 되면 사직을 유도한다.

사용업체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챙기기 위해서다.

사용업체의 책임도 많다.

파견근로자에 대해 정규직에 비해 70~80% 수준의 임금을 주면서도 정규직
수준의 일을 요구하고 있다.

천원짜리 한장을 준뒤 소주 한병과 담배 한값, 오징어까지 사오라는 식이다.

실제 상당수 파견근로자가 인간적모멸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 발전방안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 사용업체가 모두 살려면 파견서비스의
질에 상응하는 요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

공정한 가격 설정(fair pricing)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가격이 정당하게 지불되지 않을 경우 노동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손익이 맞지않는다고 아무 일이나 하지 않도록 파견업체의 전문화를 유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대해 파견업체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백화점식 경영을 지속할 경우 일부 상위권업체를 제외하고는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모집및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회원을 뽑은 뒤 사용업체
와 연결해 주는 등 시스템을 첨단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자신없는 분야의 일은 다른 업체에 넘겨 주는 등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M&A)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 토착업체와 손을 잡고 전국적인 알선망을 구축하는 변화도 필수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