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여성변호사 1호는 지난해말 타개한 고 이태영
박사다.

여성 최초의 서울대 법대 입학생으로 지난 52년 역시 여성 최초로 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남편인 정일형 박사가 야당의원이라는 이유로 판.검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일화는 유명하다.

이 박사는 56년 여성법률상담소를 연 이후 한 평생을 여성권리 향상에
매진했다.

그 이후 20여년 가까이 맥이 끊겼다가 79년 강기원, 황산성씨가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2세대가 등장했다.


<> 여성변호사 현황 =현재 여성변호사협회에 등록된 회원은 총 90명.

여성변호사협회가 만들어진 92년까지만 해도 30명이 채 안됐다.

7년만에 3배로 불어난 셈이다.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중 90% 이상이 20~30대 젊은 변호사들이다.

현재 회장은 조배숙 변호사.

여성변호사회의 중점 활동은 무료 여성법률상담소 운영이다.

지난 94년 문을 연 이 상담소는 이혼이나 성폭행 등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법률적으로 해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가사사건을 주로 하고 있는 개업 여성변호사 10여명이 돌아가면서 상담을
맡고 있다.


<> 50대 변호사는 모두 전.현직 장관 =50대 여성변호사는 강기원(57),
황산성(55) 변호사 등 2명이 전부.

이들은 색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경기여고-서울대 법대는 강 변호사가 선배다.

지난 70년 사법고시 12회에 나란히 합격하면서 사시동기가 됐다.

그후 둘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거쳤다.

변호사로 개업한 것도 같은 해인 79년이었다.

여성변호사회에서는 강 위원장이 92년 초대회장을 맡은 뒤 황 전 장관에게
바통을 물려줘 선배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관계진출은 황 변호사(93년 환경부장관)가 선배.

강 변호사가 올 3월 장관급인 여성특별위원장에 취임함으로써 50대 원로
여성변호사 2명이 모두 전.현직 장관의 경력을 갖게 됐다.


<> 주름잡는 386세대 =현재 여성변호사중 절반을 훨씬 넘는 53명이 30대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민주화 세대다.

자기 주장과 사회적 성취욕구가 강한 이들 세대가 남성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사법고시"에 대거 응시한 것.

신한국당 부대변인이자 코미디프로 진행자로 대중에 알려진 김영선(39)
변호사 등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변호사들이 대부분
30대다.

역시 국회의원으로 맹활약중인 추미애(41) 변호사를 비롯 한국합동법률
사무소의 최은희 변호사 등 6명이 40대 변호사로 여성인맥을 잇고 있다.

아직 주니어라고 할수 있는 20대 변호사는 29명.


<> 다양해진 진출분야 =주로 이혼 등 가사사건에 치중됐던 여성변호사
초창기와는 달리 최근들어서는 여성변호사들의 진출분야가 다양해졌다.

전공분야가 증권 국제특허 조세 환경 등으로 넓어진 것은 물론이고 정.관.
학계에서 영화감독까지 활동 영역자체도 확대됐다.

추미애, 김영선 변호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

고순례(35) 변호사도 96년 자민련 부대변인과 서울 마포갑지구당 위원장을
지내는 등 한때 정치에 입문했었다.

조수정(38) 변호사는 이화여대 조교수로 민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있다.

국제특허분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권성희(36) 변호사는 영화감독으로
데뷔, 화제를 뿌렸다.


<> 로펌에서 뛰는 경제변호사들 =속칭 "메이저"로 불리는 4대 로펌에
근무중인 여성변호사만도 현재 26명에 달한다.

2~3년전까지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까다로운 메이저 로펌의 채용절차를 거친 만큼 쟁쟁한 실력의 소유자가
많다.

올해초 김&장에 들어간 김연미(24) 김경목(26)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각각 3등과 5등으로 수료했다.

김연미 변호사는 91년 서울대 입학 때 인문계 수석을 차지한 재원.

지난해 세종에 들어간 심희정 변호사도 사법 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다.

한미의 오현주 변호사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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