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회사에 갓 입사한 송태섭(28)씨는 최근 태국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점심시간이나 한가한 때를 이용해 틈틈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두사람이 처음 만났고 데이트를 즐기는 곳은 바로 인터넷.

지난달 20일 오후 송씨가 서류를 작성하던 노트북PC 화면에 돌연 채팅을
희망하는 그림이 떴다.

송씨는 지난해 재미삼아 가입한 "ICQ" 프로그램이 가동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채팅희망자는 태국에서 컴퓨터강사로 일하는 "yoyojung" 이란 ID의 K씨(23).

"로망스(Romance)"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구하던중 ICQ가 송씨를
골라준 것이다.

외국인과 한번도 말을 나눠본 적이 없던 송씨는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서투른 영어지만 자기를 소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사이버공간이긴 하지만 외국인 친구를 알게 된 점이 가슴뿌듯
했다.

알고보니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는 장희경씨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과 가끔씩 채팅을 하고 있었다.

송씨는 태국의 K씨를 비롯해 몇몇 친구들과 회사동료들로 ICQ의 "콘택트
리스트"를 작성, 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을 경우 자주 대화를 나누곤
한다.

미국 보스턴 의대에서 외과를 전공하고 있는 정훈(20)씨.

미국으로 간지 벌써 3년째지만 친지도 없고 문화도 다른 이국땅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들어 정씨의 외로움은 훨씬 덜해졌다.

여기저기 한국의 인터넷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만나게 된 디지토의 소프트
메신저프로그램.

정씨는 수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
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과 만나 이국생활의 애환을
달래고 있다.

ICQ 소프트메신저 등 "인터넷 실시간 메시징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세상을 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전화와 E메일의 중간형태로 흔히 "인터넷 삐삐" 또는 "사이버
PCS"로 불린다.

E메일을 보내면 일단 서버컴퓨터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빠르면 1분,
길때는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상대방에게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즉각 알 수도 없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에서도 상대방과 통화하듯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

먼저 상대방이 인터넷을 사용중인지 확인하고 나서 메모를 띄워 보낸다.

상대방이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면 네티즌간의 1대1 채팅이 가능하고 즉석
에서 뜻이 통하는 친구끼리 동호회도 구성할 수 있다.

평소 친하거나 자주 연락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을 등록해 놓으면 이들의
인터넷 접속여부를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또 원하는 나라 주제 취미 성별 나이 직업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채팅상대
까지 찾아준다.

인터넷이 만드는 전세계적인 광활한 공간에서 다채로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서비스는 미국 AOL사의 ICQ(www.icq.com).

현재 전세계 회원이 2천7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한글로도 채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다만 영어에 서툰 네티즌들은 이용하기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메시징 프로그램이 지난해말부터 잇따라 등장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구역내통신망(LAN)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회사에서 컴퓨터를 켜놓으면 자동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가 되는 직장인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유인커뮤니케이션의 "인터넷 친구"(www.
internetbuddy.com)는 최근 회원수가 12만명을 돌파했다.

디지토의 "소프트메신저"(www.softmessenger.com)도 회원수가 10만명에 육박
하고 있으며 이가운데 유학생과 해외교포가 3천명에 이른다.

이밖에 "블루버드"(www.bluebird.co.kr), "마이챗"(mychat.1472.net),
"매치페이저"(matchpager.com)등이 있고 천리안 넷츠고 채널아이 등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된다.

등록비나 서비스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이성균 유인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인터넷 실시간 메시징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정보검색 중심의 인터넷 활용패턴이 사이버공간에서 친구를 사귀고 동호회를
구축하는 등의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정보의 보고" 뿐아니라 전세계를 연결하는 통신수단과
커뮤니케이션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 김경근 기자 choic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