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체 SAP코리아의 에카르트 액셀 시스(40) 부사장은 글로벌
시대형 프로 경영자다.

스스로가 국제화시대 비즈니스맨의 필수요건으로 꼽는 "유연하고 열린 사고"
의 소유자.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은 미국이나 유럽식 경영관행을 한국에 전파하러 온게
아닙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잘 하자면 오히려 한국식에 적응하려고
애써야 하는 입장이죠"

한국기업이 고쳐야 할 기업관행을 조언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느 나라건 고유한 문화가 비즈니스에 어느 정도 반영되게 마련이며 꼭
특정나라식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는게 그의 의견.

단 "한국식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임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기업이 크게 다르다고 느낀 점은 별로 없다"며 "갈등이 있을 때
공개적인 토론이나 합의가 아니라 접대 등 개인적인 관계로 풀려는게
서양인들에는 좀 생소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포츠하임 대학에서 경영학과 정보과학을 전공하고 91년 SAP에 입사한
시스 부사장은 체코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국제통.

필리핀의 간판기업 "산 미구엘"의 프로젝트를 맡아 95년초 필리핀에 부임
하면서 아시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95년말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태국과 한국."비즈니스가 역동적인데다 4계절
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서" 한국을 선택했단다.

SAP코리아가 창립된 지 두달만인 96년 1월 한국에 부임했다.

경제의 호황기에 한국에 와서 경제위기로 치달은 드라마를 경험한 그가
고객기업을 통해 느낀 한국기업들의 변화는 이렇다.

"경제위기 이전에 한국식 의사결정이 80%였다면 이제는 이 비율이 20%로
줄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인 것 같습니다. 특히
회계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죠"

이런 변화가 SAP코리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이루자면 ERP(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

SAP의 "R3"는 한국에서도 시장의 52%를 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ERP
소프트웨어다.

지난해 5월까지 단 1건의 수주도 못했지만 하반기에 수요가 느는 바람에
최악의 경기상황에서도 4%의 매출성장을 이뤘다.

한국부임 때 잃어버린 짐을 찾아준 인연으로 항공사에 근무하던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

당초 1년 계약으로 부임했다가 "사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재미"로
한국근무를 연장했다는 그는 앞으로 1년반후에는 다른 나라로 옮겨 국제적
커리어를 넓힐 계획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