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앙은행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지난달 18일 FRB의 공개시장조작회의(FOMC)는 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하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는 세계경제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제적인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곧바로 각국에
투자된 달러화가 회수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내 실물경기 둔화도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는 큰 타격이다.

세계경제가 하나로 묶인 상황에서 한 나라의 경제정책은 반드시 국제적
파급력을 갖게 된다.

세계경제의 기관차역을 자임하는 미국의 경우야 말할 필요도 없다.

9년 연속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금리정책
특성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 FOMC와 연방기금금리 =FOMC는 미국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최고 의사
결정기관이다.

금융정책의 기본방향, 예금은행의 총지급 준비율, 통화량 증가율 등을
결정한다.

FOMC는 이같은 공개시장 운영방향을 매월 지침서 형식으로 발표한다.

통상 1년에 8차례 열리며 올해는 6월29일 8월24일 10월5일 11월16일
12월21일 등 5차례 남아 있다.

지난달 18일 FOMC가 현행 수준을 유지키로 했던 것은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였다.

연방기금은 미국 민간은행들이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해 놓은 자금이다.

초과 지불준비금을 가진 은행은 부족한 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FRB는 이런 은행간 단기자금거래에 금리하한선을 결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 금리하한선을 연방기금금리라고 한다.

재할인율과 함께 FRB의 금융정책이나 장래 이자율 동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 그린스펀 의장의 금리정책 특징 =금융위기 가능성이 보이면 연방기금
금리를 낮췄다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그린스펀 의장이 전형적으로 구사하는 방법이다.

그는 지난 12년 임기중 연방기금금리를 조정해 세차례의 금융위기를 극복
했다.

지난 87년10월의 블랙먼데이때가 처음이다.

4번에 걸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금융불안이 진정되고 88년부터 호황기를 맞게 되자 그는 주가폭락 이전보다
더 높게 금리를 끌어올렸다.

두번째 위기는 미국 은행과 신용대부조합이 부실해져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기관 정리작업에 나설 때였다.

80년대 지속됐던 금융기관 부실에 대해 미국정부는 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칼을 빼들었다.

잇단 금융기관 정리로 은행들은 대출을 꺼리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미연준은 "실질금리 0% 정책"을 펴 연방기금금리를 인플레이션 수준인 연
3%까지 낮췄다.

명목금리가 물가상승률과 같아지면 실질금리는 0%가 된다.

은행들이 연방기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자 수익성도 회복됐다.

그린스펀 의장은 94년부터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시켜 95년 2월1일까지
연방기금금리를 6%로 인상했다.

97년말 아시아발 금융위기의 시작은 그린스펀 의장의 금리정책에 대한
세번째 시험대였다.

98년 여름 러시아까지 모라토리엄에 빠지자 그린스펀은 다시 세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이후 미국과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유보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단계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4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7%에 달했기 때문이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상최고치를 기록중인 미국 증시의 버블 위험도 금리인상 주장을 뒷받침
한다.

그린스펀이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종전과 같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에
따라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내 투자와 소비를 감소시킨다.

소비가 위축되면 수입도 줄어든다.

한국의 대미수출은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가 강세를 띠게 된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달러의 강세는 엔화와 원화의 상대적 약세를 뜻한다.

이때 원화가치가 엔화의 변동을 쫓아가지 못하면 원화는 엔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제품은 일본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현재 엔.원화 환율은 1백엔=1천원을 돌파, 9백70원대를 맴돌고 있다.

1백엔당 1천원이라는 환율은 한국상품이 일본상품에 대해 수출경쟁력을
갖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수출과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은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지름길로
인식된다.

미국 금리정책의 패턴을 이해하고 대비해 나가는 일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