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용사정이 정부가 집계하는 실업률 통계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은 그다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문제를 한은이 공식적으로 확인했
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3.4분기에 8.3%까지 치솟은 이후 4.4분기 8.1%, 올 1.4분기
에 7.2%로 떨어졌다.

월별로도 지난 2월 8.7%, 3월 8.1%, 4월에 6.7%로 낮아졌다.

고용사정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추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은은 생산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가 지난 해 1.4분기 이후
분기마다 1.1~1.6%로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취업의지를 지닌 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1% 내외로 감소한 점으로 미루어 취업의사는 있으나 구직활동을 포기
한 실망실업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15세 이상 인구가 연평균 1.5%씩 늘었을 때 경제활동인구가 이보다
높은 2.1%씩 증가했던 지난 95~97년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또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직의 비중이 지난 3월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이후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고용계약 기간 1개월 미만의 일용직과 1개월~1년인 임시직 근로자의
비중은 물론 일시 휴직자와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의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 하더라도 고용구조가 이처럼 취약해지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이나 국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실업자 1백30만명 중 1백만명이
저소득층으로, 10명 중 8명 꼴이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의 퇴직자나 일용직 및 임시직 근로자 출신이다.

또 전체 실업자 가운데 3분의1 이상을 10~20대가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지 1년이 넘는 장기 실업자도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고 남성은 사회적 노동을, 여성은 가사노동을 분담
하는 풍토에서 가장의 실직이 미치는 파장은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다.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안심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우리 실업이 지닌 이런 특성에 보다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올해 추경예산까지 편성해 실업대책비로 16조원이나 책정했지만 실업률을
낮추는데 급급하다 보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돈 나눠주기식 공공근로 사업이라든가 출석부 메우기식 직업훈련 등의
비난이 그것이다.

좀 더 장기적이고 우리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업대책이 나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