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아파트"를 거부하는게 호텔형 초고층 아파트다.

침실 주방 거실로만 이뤄지는 아파트가 아니다.

호텔의 서비스시설이 한건물안에 모두 갖춰진다.

간단한 사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 및 헬스 수영장 전문식당가 상가
연회장에다 어린이놀이방 노인들을 위한 여가공간 등도 들어선다.

전화 한통화로 음식이 방으로 배달되고 세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분당에 짓는 판테온리젠시와 대림산업이 아크로빌을
분양하면서 입주민의 하루 24시간을 가상해 묘사한 대목을 살펴보면 주상복합
아파트의 생활여건을 엿볼 수 있다.

오전 6시.

모닝콜을 알리는 전화벨소리에 아침잠을 깬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몸이 개운치 않다.

오늘은 수영을 하고 싶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있는 스포츠센터로 직행한다.

오전 10시.

남편 출근후 스포츠센터에서 골프연습을 끝내고 지상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대화.

남편으로부터 돈을 급히 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지상 1층에 있는 은행으로
내려간다.

어제 맡겨놓은 세탁물은 빨래방(2층)에서 찾아 38층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오후 2시 6층 정원을 산책하며 오늘밤 모임 메뉴를 궁리한다.

오늘 저녁은 29층에 마련된 공원에서 바비큐파티로 결정했다.

저녁 8시 빌딩속에 있는 공원에서 파티가 시작됐다.

자녀들은 지상 5층에 있는 독서실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밤10시 파티가 끝났다.

손님들은 고층에서 보는 야경이 아름다웠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손님들은 엘리베이터로 곧장 연결되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주차장입구의 센서가 손님 자동차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계산 등의
불편없이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밤 12시 유리창 벽면에 붙은 침대에서 바라보는 달이 유달리 커보인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