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역 전도사"

충남 서울통상지원사무소의 김정웅(34) 통상관.

충남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김 통상관을 이렇게 부른다.

지난 14개월간 그의 손을 거친 수출계약은 1백80만달러(64건), 무역정보
컨설팅을 제공받은 업체는 2백5개사에 이르니 "전도사"란 별명이 손색이
없다.

충남 금산에 있는 인삼가공업체인 천연고려인삼도 김 통상관이 "전도"한
업체이다.

이 회사는 3년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으나 바이어 발굴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를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통상관이 보내준 북중미 지역의 바이어 리스트와 시장보고서를 바탕으로
신규 바이어 5곳을 개척했다.

이미 2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고 올해 수출목표를 50만달러로 잡아 놓았다.

그의 주업무는 온라인 해외시장조사(마켓 리서치).

인터넷 무역사이트와 코티스 다이얼로그 스탯-USA 렉시스-넥시스 등 국내외
데이터베이스(DB)를 누비면서 중소기업에 필요한 무역정보를 찾아준다.

1주일에 한번씩 인터넷을 뒤져 개별 업체에 필요한 정보를 보내주는 맞춤
정보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통상관은 본래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그러나 대학시절부터 그의 꿈은 무역 비즈니스에 쏠려 있었다.

결국 직장을 무역회사로 선택했다.

인터넷 무역에 관심을 돌린 것은 94년.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사이버 무역을 하겠다며 혼자서 인터넷을 배웠다.

"무역 비즈니스의 통로가 인터넷으로 옮아가리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당시만해도 무역관련 정보들이 빈약하고 검색하기도 어려웠습니다. 95년말
부터 해외 상용 DB와 무역전문 DB 쪽으로도 눈을 돌렸죠"

김 통상관은 사내에 인터넷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밤을 새워가며 무역정보
를 모았다.

사비도 적지 않게 쏟아부었다.

회사에서 지원비가 나왔지만 값비싼 검색비를 내는데도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자료검색료와 책구입비로 1천만원을 넘게 썼다.

그러나 회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인터넷팀이 해체위기에 몰리자 사표를
내고 지난해 3월 충남 서울통상지원사무소로 옮겼다.

"처음엔 공무원이 수출 마케팅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대부분 고개를
돌리더군요. 6개월간 힘겨운 홍보활동 끝에 50여개 업체를 끌어들이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김 통상관은 요즘 매일 5~6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한다.

무역 사이트와 DB를 헤집어 검색전략을 짜다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오후엔 사무실을 방문하는 1~2개 기업에 상담을 해주고 다시 정보검색에
매달린다.

퇴근시간을 2~3시간 넘겨야 컴퓨터를 끄는게 다반사다.

김 통상관은 매달 두번씩 충남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한다.

하루 5~6개 업체를 돌아다니지만 10개 업체가 넘기도 한다.

생산현장을 직접 보면서 해당 기업에 맞는 무역정보와 마케팅전략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자금(금융) 법률 세제 등 기업 애로사항도 접수, 전문가나 해당기관과
연결해준다.

최근 2개의 지원프로젝트도 준비중이다.

우선 6월말께 충남지역 인터넷 무역세미나를 열어 사이버 공간을 무역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7월부턴 웹프로모션을 강화한 중소기업 영문 홈페이지를 무료로 구축해
준다.

"미국이 인터넷에 띄워놓은 정보량은 한국의 7백배에 달합니다. 미국이
인터넷을 비즈니스의 황금어장으로 가꾸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폭풍속에
표류하는 난파선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 통상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내 조아라(29)씨.

미국 문화원에 근무하는 조씨는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분야의 정보를 모아
국내 지도층 인사에 공급하는 정보전문가(인포메이션 스페셜리스트).

조씨는 김 통상관에게 검색관련 조언을 해주고 정보도 제공하는 가정교사
이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