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 한국투신 주식5팀장 / 먼데이머니 자문위원 >

5월초까지 유동성장세가 전개된뒤 증시는 조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금융통화정책이 긴축기조로 전환되면서 전세계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 역시 관망 내지는 일부는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제반환경들을 짚어보면 미 금리인상우려, 일본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적 전망에 따른 엔.달러환율 불안, 국내금리 움직임
등이다.

유상증자물량도 6월에만 7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초의 장밋빛 전망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유동성 확대를 통한 내수부양으로 백화점매출이 폭증하고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며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근간의 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서고 실업률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마치 IMF가 끝난 것처럼 들떠있던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에게는 대단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는 유동성확대에 의한 내수부양만으로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외부채는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으로 갚아지는 것이지, 통화증발로 늘어난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갚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회복은 내수경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회복과 우리 수출주력상품의 수출단가상승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실력에 맞는 주가의 수준을 냉정하게 가늠해 보고
향후 장세에 대비해야 하겠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라도 보유하던 종목을 모두 처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 기회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재가치우량주를 저가매수하고 있다.

최근의 조정으로 매수가시권에 접어든 종목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조정폭을 깊게 가져갈수록 매수강도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많이 알려진 증시격언중에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현재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일부 외국인투자자의 경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대목이다.

IMF라는 위기상황에서 내재가치우량주를 집중 투자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주식을 투매하고 있을 때 좋은 종목을 싸게
사고 지나친 기대로 사자주문이 폭주하고 있을 때 냉정하게 팔수 있는 용기가
현재와 같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증시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다.

증권을 사고 파는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경우도
대중심리를 떨쳐내고 본질가치에 입각한 정석투자를 실행에 옮기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증시가 다시 조정기를 벗어나고 실적장세라는 상승기류를 타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력수출상품들의 가격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다소 많은 시간과 고통이 수반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 800지수대에서 가슴태우며 주식이 없음을
한탄하던 투자자들에게 편안하게 싼 가격에 주식을 살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증시가 어려울수록 재벌에 대한 구조개혁의 강도가 더해 질 것이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자.

한국증시는 다시 저평가국면으로 진입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또한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