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십리 재테크 박의 ''1억원 굴리기'' ]

[ 이야기손님 : 김미화 < 연예인 >
김찬경 < 미래유통정보연구소 소장 >
정광영 <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현만 <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
문순민 < 하나은행 중앙PB센터장 >


하늘높은 줄 모르게 치솟던 주가가 최근 꼬리를 내리자 개미군단들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주식열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쓸쓸한 객장에는 희비만이 교차한다.

주가지수 800에서 미련없이 털고 나와 대박터졌다는 사람, 본전만 간신히
챙겨 아마겟돈 상황은 피했다는 사람, 주식이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 등등...

이렇듯 주식시장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얄미운
곳이다.

왕십리 ''재테크 박''은 최근 주식투자로 횡재를 했다.

지난 4월초 코스닥시장에서 5천만원어치 벤처 주식을 산뒤 되팔아 한달만에
1억원의 현찰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막상 거금이 생기자 고민이 생겼다.

1억원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윳돈 1억원이라면 더 이상 욕심 안부려도 될만한 돈인데, 그렇다고 가만
있자니 좀이 쑤시고, 다시 주식에 투자하려니 향후장세가 헷갈리고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급기야 재테크 사랑방을 찾았으니, 과연 제테크 4인방은 어떤 처방을
내놓을까?

기대해보자.

재테크사랑방의 화제는 일단 주식이었다.

최근들어 사랑방출입이 부쩍 잦아진 김미화씨가 "어머 어머, 5천만원을
주식투자해서 더불을 먹다니!"하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옆자리에 있던 김찬경 소장이 "재테크박같은 사람 몇 안돼. 열에 아홉은
본전도 못건졌다니까요"하고 재테크박의 횡재가 아주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열에 아홉은 주식투자로 손실을 입었다는 말에 증권전문가 최현만 상무가
뜨끔한지 한마디 보탠다.

"본전도 못찾은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직접투자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노출된 결과죠.

저희들은요, 돈을 생명체로 여깁니다.

그만큼 민감하고 다루기 어렵다는 말이죠.

그래서 제가 항상 강조하지만 주식투자는 역시 간접투자방식이 안전하다는
겁니다"

"간접투자라면 뮤추얼펀드를 말하는 건가요?"

김미화씨가 궁금증을 표시했다.

"그래요.

여기오신 재테크박께서 직접투자로 더블을 만드셨다면 어쩌면 운이 따랐던
것일수도 있습니다.

증시상황이 이제 한달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어요.

미국 금리인상문제, 위안화절하, 대규모 유상증자, 엔화약세등 변수가 너무
많아 개인 투자자 판단으로 주식을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따라서 이제는 간접투자방식으로 전문가의 협조를 받든지, 아니면 아예
대형 우량주를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택해야합니다"

최 상무가 재테크박에게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대형우량주를 권하자
문순민 센터장이 마치 도전장을 내밀듯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메릴린치가 말하기를 주가가 어느정도 상승했을땐 기관보유종목을 절대
사지말라고 했습니다.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로 약발이 없다는 뜻이죠"

이말에 최 상무가 펄쩍 뛰며 "그럴듯한 얘기지만 그렇지않아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대형우량주만한게 없어요"하고 반박했다.

문 센터장이 이에 질세라 "대형우량주매입은 이 시기에 절대 반대합니다.

대기업의 평균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가 12를 웃돌아요.

예컨대 PER가 22란 말은 본전을 찾으려면 22년 걸린다는 얘기예요.

따라서 향후 펼쳐질 실적장세에서는 이미 내재가치가 다 반영된 대형주보다
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산이 뒷받침되는 중소형주가 효자노릇을 할겁니다"

문 센터장이 PER 운운하며 대형 우량주의 수익가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자 최 상무가 다시 발끈한다.

"주가가 오르니 PER가 오르는건 당연하죠.

주식을 평가하려면 수익성, 성장성, 안전성등을 고루 분석해야합니다.

PER는 이중 현재가치인 수익성만을 평가한 겁니다.

미래가치인 성장성과 안전성까지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래가치가 있다면 PER가 다소 높더라도 사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떻게 투자를 하는데 한쪽면만 볼 수 있겠습니까?"

문순민 센터장이 최 상무의 반론에 "좋습니다.

PER를 믿지못하신다면 외국의 투자전문가들사이에 종목선택의 새 지표로
각광받고 있는 ROIC를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ROIC는 세금과 이자지급전 영업이익을 총자본금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지표는 글로벌시대의 글로벌스탠더드로 기업의 경영실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값이 10%이상 되는 우량주를 주목하면 반드시 재미를 볼겁니다"

두 사람이 초장부터 설전을 벌이긴 했으나 결국 주식투자가 저금리시대의
유일한 재테크수단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주를 먼저 살것이냐, 아니면
실적장세에 대비해 유상증자대상이 아닌 중소우량주를 살것이냐는 각론적인
견해차일뿐이었다.

이들의 논쟁이 끝날즈음 창업전문가 김찬경 소장이 입맛을 다시며 창업얘기
를 시작했다.

"금융쪽 사람들 머리는 다들 좋아.

유명한 사람이 한 말까지 다 외우고 어려운 경제지표도 꿰뚫고 있으니
말이야.

그정도 전문가라면 항상 돈을 벌어야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있잖아요.

사람 몰리는데 가면 실속없어요.

증시가 그렇더라고요.

따라서 땀흘려 돈버는 장사만큼 정직한 건 없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네요.

이제는 주식에서 창업으로 말을 바꿔탈 때란 거죠"

김 소장이 들고나온 창업아이템은 캐릭터전문점사업이었다.

"언젠가 나더러 캐릭터전문점 차리면 장사 잘 될거라고 했었죠?"

김미화가 물었다.

"김미화씨가 캐릭터전문점 차리면 재테크박처럼 대박터지지.

근데 왜 안했죠?

한번 해보라니까요.

이 캐릭터전문점이 요즘 아주 잘 되고 있어요.

10,20대를 타깃으로 하는 거니까 잘 팔려요"

"캐릭터 전문이라는데 어떤 상품을 취급하는 겁니까?"

김미화가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궁금했던지 계속 질문했다.

"디즈니 슬램덩크 드래곤볼등 만화캐릭터가 있는 각종 문구류 열쇠고리
모자 T셔츠 스티커등 셀 수 없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라 요즘 불티난다고요.

점포 운영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거니까 주부가 하기에 참 좋은
아이템입니다"

"창업 비용이 얼마나 듭니까"

이번에는 기자가 물었다.

"계산을 뽑아보면 일단 점포 임차보증금 1천5백만원, 인테리어비 8백만원,
초도상품비 1천만원, 체인보증금 5백만원등을 합쳐 3천8백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개점할 수 있어요.

주식으로 1억원 벌었으면 이젠 자기 일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허구헌날 주식시세표 들여다보고 일희일비할겁니까"

이말에 재테크박이 느낀 바가 컸는지 "돈은 많이 벌 수 있나요?"하고
예상수익을 물었다.

"잠실에서 캐릭터 전문점을 하는 분의 경우 월매출이 1천만원선이라고 해요.

여기서 원가와 경상비를 제한 3백만원가량이 순수입이라고 해요.

이만하면 주식보다 더 좋은 투자 아닌가요?"

"한달에 3백만원이면 엄청나네.

나도 정말 해볼까?

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서 팔아도 되나요?"

김미화씨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럼요.

김미화씨 얼굴을 캐릭터로 만드는 거지요.

그 누구더라.

개그맨 이경실씨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려
넣었더라고요.

하여간 그렇게 만들면 되어요"

"하긴 내 손으로 내 일을 하는게 속 편하지.

지난 한달동안 재미를 보긴했지만 가슴 졸인것 생각하면 끔찍해요"

재테크박도 이제는 주식에서 창업으로 말을 바꿔 탈 태세다.

이때 문 센터장이 "무엇이든지 극단적인 선택은 위험해요.

1억원이 생겼으니 3천만원으로 주식투자, 4천만원으로 창업, 나머지 3천만원
은 은행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재테크포트폴리오예요"하고 전문가
다운 조언을 한다.

문 센터장의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배제된 부동산을 다루는 정광영 소장이
불편한 심기를 참지못하고 말문을 연다.

"주식해서 1억원을 벌었다는 재테크박은 억세게 운이 좋은 양반이에요.

근데 운은 한번 오지 두번 오기는 드문 법이죠.

운좋게 번 돈 다시 주식으로 날리지 말고 꼭꼭 잡아두려면 땅에다
묶어놓으셔요"

정 소장의 땅얘기에 참석자들이 "또 땅이야. 정 소장은 땅이 뜰 때까지
땅소리만 할건가봐"하고 식상하다는 반응이다.

"뭐라 그래도 나는 초지일관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진짜로 땅이 최고라니깐요.

지금 제 눈에는 땅이 보입니다.

땅땅 소리가 들리고 있단 말이죠.

제가 입이 닳도록 땅 소릴 한게 언젭니까?

정부 통계를 봐도 땅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거 아닙니까.

이젠 투자가치가 생겼어요"

"그러니까 좀 구체적으로 땅을 짚어봐주세요.

제가 땅에 관심있는거 아시면서 어디 한번 제대로 찍어준 적 있으세요?"

김미화씨가 몸이 달았는지 마구 쏘아댄다.

"제가 안 찍어드렸다고요?

이것도 입이 닳도록 말했다니깐요.

제발 귀담아 들으세요.

수도권 인근의 준농림지, 전원주택지, 소규모 대지등입니다.

아셨죠?

제가 말할 거리가 없어 땅만 말하는 거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땅이 바로 돈이 된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셔야 합니다"

주식폭락으로 "최고의 재테크=주식"이라는 등식이 깨진탓인지 전문가들
사이에 간만에 팽팽한 재테크 공방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결정된 것은 없었다.

재테크팍(PARK)은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문 센터장의 권고대로 주식 창업 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 부동산으로 굳히기 작전에 들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말을 바꿔 타느냐 아니냐는 재테크박의 몫이다.

< 서명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