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쿠들로 < 아메리칸 스칸디아생명보험 수석부사장 >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 정책을 주도해 달러를 세계
최강의 통화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 성공적인 자국통화강세 정책을 다른 나라에 전수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루빈 장관의 재임기간중 멕시코와 동남아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금융위기가 잇따아 터졌다.

루빈은 시장에 밝은 정통 실물경제파다.

지난 93년 클린턴행정부에 입성하기 전 26년간 월가의 거물 금융회사인
골드만 삭스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 95년1월 재무장관이 된 후 강한 달러를 부활시키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루빈의 전임자들인 로이드 벤슨, 니콜라스 브래디, 제임스 베이커 등은
모두 "약한 달러" 중심의 정책을 폈었다.

이들 3명과 대조되는 루빈의 "강한 달러" 정책은 시장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달러가치는 지난 85년부터 95년까지 급격히 하락했다.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달러당 3.4마르크에서 1.4마르크로, 엔화에 대해선
달러당 2백70엔에서 79엔선으로까지 폭락했다.

이에따라 레스터 서로와 로버트 라이시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한때
일본과 독일이 90년대의 세계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루빈이 들어선 후 예상과 반대로 미국경제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의견 충돌없이 호흡을
잘 맞추면서 강한 달러를 만들어 내 그린스펀 의장의 물가안정 정책을 뒷받침
했다.

강한 달러는 미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낮췄고 상속세 법인세 등을 끌어내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

외국의 혼란상황으로부터 미국경제를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도 했다.

달러는 금을 대신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 됐다.

그러나 그는 아쉽게도 달러강세 정책이 신흥국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주장대로 경제위기국에 통화의 평가절하, 세금
증대, 긴축예산 등을 요구했다.

이는 거대 은행들의 배만 불려줬을 뿐 아시아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등의
금융위기 해소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은 IMF측의
권고사항을 무시하고 계속 "강한 위안화" 정책을 유지, 고도 성장을 지속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제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IMF의 정책에 반대
되는 노선을 걷고 있는 일본 등의 태평양 연안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세금을 적게 걷고 통화가치를 절상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를 유례없는 장기호황으로 이끈 루빈의 공로는 높이 평가될
만하다.

그는 그린스펀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민주당을 보다 엄격한 재정정책을
지향하도록 이끌었다.

물론 균형예산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공화당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97년 클린턴 대통령은 자본이득세를 낮췄다.

그러나 자본이득에 의한 세수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 97년 6백50억달러, 98년에는 무려 9백억달러가 증가했다.

세금을 낮추자 국민들이 더 열심히 투자하고 성실하게 세금신고를 한
덕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불행히도 루빈과 서머스는 모두 인센티브 모델을 도입하지 않았다.

또 둘 다 개인의 퇴직연금 투자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사회보장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서머스가 재무장관이 된 후에도 "강한 달러" 정책의 기본틀은 계속 유지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강한 달러정책이 해외의 금융위기에 다소 악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인식, 향후 미국 경제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국제상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정치와 정부의 영향력이 계속 줄어들고 친시장적인 사고가
널리 퍼져 있다.

이는 과학기술과 정보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발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유주의를 발판으로 한 민간기업들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정보는 자유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고 자유는 번영을 부른다.

인터넷의 힘은 보통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정부의 영향력을 축소시킨다.

이제 루빈이나 서머스 지지론자들은 더 이상 무대의 주역이 될 수 없다.

앞으로 펼쳐질 완전한 자유경쟁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
이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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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렌스 쿠들로 미국 아메리칸 스칸디아 생명보험 수석부사장이
미국의 경제뉴스 전문 통신사인 APDJ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시절 미국 여신관리청의 수석경제학자로 일했다.

전 미국 예산관리청(OMB) 수석 경제학자인 로렌스 쿠들로는 루빈 장관의
"강한 달러"정책을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강한 달러정책에는 일부 부작용도 있다고 주장한다.

루빈이 달러를 너무 강하게 유지하다 보니 국제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됐고
그결과 아시아와 러시아금융위기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