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cklee@kitech.re.kr >

"시험을 망쳤어. 집에 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처음이란
말은 믿을 수가 없어"

한스밴드의 인기곡인 "오락실"에서 따온 이 구절은 낮에 오락실에서 마주친
직장을 잃은 아빠와 시험을 망친 딸이 함께 전자오락을 즐기며 가족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아빠와 딸은 서로에게 "처음"이란 말로 오락실을 찾은 이유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물론 엄마에게도 비밀임을 약속한다.

그러고는 딸과 아빠는 오락 한판을 겨룬다.

이 노래가사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다.

실업공포와 입시지옥을 소재로 하여 아빠와 딸이 겪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노래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2백만 실업자시대에 살고 있다.

대낮부터 오락실에 몸을 숨긴 아빠들은 많고, 올해 대학을 졸업한 삼촌들도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소 성급한 얘기일지는 모르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아빠들과
사회생활 첫발부터 본의 아니게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인 대졸 삼촌들을
중국의 문화혁명 세대에 비유하여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 하면 우리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인해 신규인력의 채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실업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하여 회사를 키우고, 그 다음에는 동료였던
오락실 아빠를 다시 회사로 데려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더 열성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소 썰렁한 얘기일지는 모르나, 우리 모두는 이웃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실업문제를 다같이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