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내고 있다.

''경제성장은 물가상승을 수반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혁명적 변화의 본질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은 아직까지 그리 명료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경제전략연구소(ESI, 소장=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대형국제세미나는 이같은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한 자리
같았다.

''개방을 다시 생각해 본다(Rethinking Globalization)''는 주제를 달고
있었지만 이번 회의의 토의 내용이나 본질을 들여다보면 정보기술(IT)과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가 어떻게 묶여있는가를 분석하는 자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주제를 발표한 인텔 그룹의 앤디 글로브 회장은 미국경제의
불가사의를 IT에서 풀었다.

"IT의 발달로 이제 미국경제는 상당기간 지속적인 성장(sustainable growth)
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제 3% 성장과 2%이하의 물가상승이라는 전례없는 두
마리 토끼잡기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의 주장대로 미국경제의 98년도 성장률(3.5%) 중 45%는 IT부문에서 창출된
것이다.

경이로운 미국경제의 성과는 인터넷 경제 (Internet economics)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구체적 증거는 과거 1%대에 머물러 있던 생산성증가가 두배(2%대)
로 늘어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즈음 한창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회사 라는 말은 조만간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만 지나면 인터넷 회사가 아닌 회사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같은 세미나에서 연설한 MIT대의 레스터 서로(Lester Thurow) 교수 또한
IT발달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증가야 말로 세계경제가 이제까지 보여준 기존의
현상과는 다른 모습을 갖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참석했던 노르웨이 유가조정회의의 분석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원유생산업자들은 배럴당 30달러의 생산 및 유통원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성의 증가로 원가가 9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유의 시장가격이 9달러 이상이기만 하면 원유생산업자는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세계는 이제 무한대적 원가절감시대 에 접어
들었으며 IT의 끊임없는 발달은 원가절감의 한계가 어딘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 마트, 아마존, 프라이스 클럽 등의 끊임없는 원가절감과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일본 토요다적 사고는 더 이상의 비현실적 은유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국경을 초월하는 "IT경제학"의 한 사례로 한 참석자는 호주인들을 편집간부
나 원고교정요원들로 활용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영자지 스트레이트 타임즈를
소개하기도 했다.

거리상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는 호주와 싱가포르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실상의 가상편집국은 지역과 시간을 초월한다.

영어를 쓰는 호주인들은 완벽한 영자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그렇지만 원가는 오히려 줄어든다.

호주(97년 개인소득=2만5백40달러)의 임금이 싱가포르(3만2천9백40달러)
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결국 신문의 질은 훨씬 좋아졌지만 가격은 더 싸졌다는 뜻이다.

ESI세미나에 참석한 아메리카 온 라인의 스티브 케이스회장과 독일 베텔스만
그룹의 토마스 미들호프회장의 분석 또한 글로브회장이나 서로교수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유럽 인터넷경제는 미국에 5년이 뒤져 있다. 그 요인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PC보급률 그리고 고정적으로 19달러 정도에 불과한 미국의
전화요금을 따라갈 수 없는 유럽의 통신인프라 때문"이라는 것이 미들호프
회장의 주장이었다.

결국 세계경제는 IT와 이에따른 원가절감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IT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다가오는 신밀레니엄 시대속 신경제의 성패를 가르는
요체라는 주장이었다.

< 워싱턴특파원=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