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도 불경스럽게 여겼던 조선시대에도 스승에
대한 예우가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때도 있었다.

퇴계 이황이 살았던 16세기다.

"스승을 보기를 길가는 사람 보듯 하고 학교를 보기를 주막집 보듯 하며...
스승이 들어오면 수업을 받고 가르침을 청하기는 고사하고 인사하는 것까지
꺼리며 서재안에 누워서 흘겨보고 나오지도 않는다"

지금의 국립대 총장인 성균관 대사성에 취임한 퇴계는 대학 부속 중.고교에
해당하는 "사학의 선생.학생에게 주는 담화문(유사학사생문)"에다 이렇게
예를 들어가며 그 실상을 지적해 놓았다.

그는 말미에 스승이나 학생이 모두 도리를 잃었다면서 학생은 학칙이라는
회초리로, 게으른 스승은 국법에 따라 엄히 다스리겠다고 공언했으나 한 사람
의 힘으로는 무너지는 교육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던지 얼마안돼 사임하고
만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이 시작되면서 정년단축 연금불안 교권권위 훼손 등으로
교원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급기야는 전교원의 65%가 교육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자 뒤늦게 정부가 수습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것도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사기앙양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마련
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에 따른 조치다.

교원 안식년제 도입, 담임수당 인상, 총리지침으로 돼 있는 "교원예우지침"
을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런 복지차원의 조치로 떨어진 교원의 사기가 드높여 질 것
같지만은 않다.

교원예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얻을 수 있고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애착과 정열을 쏟을 수 있는 교육 풍토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지역 초등학교가 "스승의 날" 일제히 휴교한 이유중의 하나가 "촌지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는 소식은 우리 교육풍토의 경직된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다.

퇴계는 당시 교육퐁토를 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 원인을 찾아 처방해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