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원하십니까, 이곳을 누르세요"

화면에 나타난 매혹적인 여자가 이처럼 속삭인다.

이혼이란 단어 옆엔 보라색의 결혼반지가 반짝인다.

이어 "이혼서류 작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인다.

미국 애리조나주 전자법원인 "퀵코트(QuickCourt)"의 초기 화면이다.

퀵코트란 소송 당사자들에게 법률 관련 정보와 서류를 서비스하는 키오스크
시스템.

시민들은 이를통해 변호사 도움없이도 간단한 법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변호사 도움을 받아 소송서류를 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5백달러.

그러나 퀵코트를 이용하면 단돈 10달러에 끝낼 수 있다.

시민들은 가까운 지역에 설치된 퀵코트에 신용카드나 현금을 투입한 뒤
시스템에서 지시하는 대로 스크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곧이어 이혼서류 유언장 소액청구소송 등 법률 서류가 자동으로 출력된다.

출력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면 모든 서류절차는 끝난다.

애리조나주는 지난 93년부터 터치스크린 방식의 퀵코트를 운영해 오고
있다.

퀵코트는 등장하자마자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예약을 해야할 정도였다.

퀵코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95%에 달했다.

애리조나주에는 1백여대의 퀵코트가 터미날 법원로비 도서관 등에 설치돼
운영중이다.

애리조나 주정부 관계자는 "퀵코트가 설치되기 전엔 잘못 작성되거나
미비된 서류들로 법원이 몸살을 앓았다"고 들려줬다.

퀵코트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법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퀵코트로 손쉽게 법률정보를
얻고 관련 서류를 만들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법원 행정업무의 20% 가량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애리조나주 변호사협회는 이혼청구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단돈 10달러에
제공하는 전자법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데이비스 린 애리조나법원 판사는 "퀵코트로 인해 이혼하는 일이 너무
간편해져 이혼율이 높아지는 병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