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cklee@kitech.re.kr >

우리나라가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는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라는 전자오락
게임이 있다.

이는 지구에서 추방된 인간의 후예들이 은하계의 변두리로 흘러가 테란
이라는 나라를 세운 이후, 우주공간에서 프로토스 저그 등 외계인과 펼치는
가상의 전쟁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미국의 게임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블리자드사가 개발하여
인터넷으로 미국 유럽등지의 외국인 고수와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 랭킹 1위를 포함하여 세계 1백위내에 절반이상이
한국인이다.

이처럼 한국인이 기염을 토하고 있는데 대해 외국인들은 한국의 분단상황을
지적하여 호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을 달리 해본다.

우리 민족은 본래 기마민족으로 대륙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 우주와 같은
광활한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할 잠재능력을 갖춘 데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을
바둑과 장기를 통해 연마해왔다는 점이다.

또한 마우스와 키보드를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게임의 속성상 빠른 손놀림
(fast fingers)이 필요한데, 우리는 젓가락 문화에 길들여져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도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는 잠재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세계시장은 포성만 없을 뿐, 전쟁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청소년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세계대회를 석권하는 것처럼 우리
어른들도 세계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청소년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손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다.

지금 아무리 어렵더라도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꾸준히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

넓은 포부, 전략과 전술, 손재주 등 3가지 우리민족의 잠재능력을 적극
활용하여 세계 랭킹 1위의 기업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