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은 현직 각료중 가장 바쁜 사람중의 한명이다.

좋건 싫건 해야 할 일엔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든다.

국무회의에서 "좌충우돌 장관"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만큼 일을 많이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분양가 자율화, 미등기 전매허용,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수없이 쏟아냈다.

법률 심사기관인 법제처 법제관들이 건교부가 올린 각종 규제개혁 법률안을
심사하느라 야근을 해야할 정도였다.

실물경제의 핵심인 건설부문과 사건.사고가 많은 교통부문을 담당하는
매머드 조직을 이끌고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역대 어느 장관도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소신을 갖고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지 이정환 사회2부장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이 장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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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을 여러차례 내놓으셨지요.

그 덕분인지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추가 활성화대책이 있습니까.

"지난해 취임했을때 건설 부동산 시장은 비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집값은 폭락했고 신규 공사도 거의 중단됐었지요.

한마디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체 실업자중 3분의 1이 건설일용직들이었어요.

지난 1년동안 경기활성화자금을 9조원정도를 쏟아붓고 각종 규제완화책을
썼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에도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특히 미분양아파트 해소를 위해 오는 6월말로 끝나는 신규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기한을 연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재정경제부와 협의중이어서 구체적인 기간은 말씀드릴수 없지만
조만간 결론이 날 겁니다"


-얼마전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며 검찰과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단속 자제를 요청하셨는데.

"최근의 아파트 청약열기는 국지적인 현상입니다.

3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이 8만9천가구에 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경기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건축허가면적도 작년에 비해 30%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투기를 걱정해야할 시점이 아닙니다.

죽어있는 부동산경기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투기를 조장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단속을 하더라도 조용하게 선별적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경기가 투기단속 때문에 죽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지요.

현재 부동산시장은 과열이 아닙니다.

증권시장과 비교해 보세요.

증권은 투자이고 부동산은 투기라는 의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린벨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현재 제도개선작업이 어느 선까지 진행됐는지요.

"그린벨트 제도개선방안은 예정대로 오는 7월중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때 전면해제되는 도시들과 부분적으로 해제되는 도시에 대한 환경평가기준
이 나옵니다.

이에앞서 그린벨트 주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나대지 등에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도시계획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중이기 때문에 이달중에는 시행될 겁니다"


-지난해말 발표한 그린벨트 제도개선시안에 대한 영국도시농촌계획학회
(TCPA)의 평가보고서가 최근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그린벨트 해제폭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들립니다.

"지난해말 20만달러를 주고 TCPA에 용역을 줬습니다.

그린벨트정책의 "원조"인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관이어서 그런지
세밀한 사항까지 지적했더군요.

구역해제 이전에 도시계획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조만간 연구결과를 알려드릴 방침입니다.

해제폭과 관련해서는 당초 어느 정도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해제폭이 줄어들 것이란 말은 잘못된 것이지요.

다만 개발이 불가피한데도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개발이 안되거나 녹지로
보존돼야 마땅한데도 그린벨트가 아니기 때문에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구역을 조정해야 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주택저당채권(MBS) 유동화제도 시행을 준비하게 있으시지요.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일부 법적 미비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오는 6월중에는 회사가 설립될
겁니다.

현재 회사 설립기획단이 구성돼 정관작성 직원채용 인가와 같은 준비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 공모작업도 최근 원서접수가 끝나 심사중에 있어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과 "주택저당채권 유동화회사법" 등 관련 법률
제정도 끝났고요.

시행령과 시행규칙등 하위 법령 제정작업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영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무리지을 계획입니다.

늦어도 오는 11월부터는 일반 국민들이 MBS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월댐 건설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환경단체와 상당수 강원도민들은 댐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건교부는 댐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월댐 건설은 지난 90년 한강대홍수를 계기로 수재를 막고 향후 수자원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에서 댐 안전및 환경에 대한 우려를 제기
했어요.

그래서 지난해 9월부터 심층지질조사및 환경에 대한 추가검증조사를 실시
하고 있습니다.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강원도가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
평가단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합동평가단에 불참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제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외국전문기관
으로 하여금 객관적이 과학적인 조사를 하겠습니다"


-영월댐건설에 대한 소신을 들려 주시지요.

"영월댐건설 문제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환경단체나 일부 언론이 환경문제
만 강조하고 향후 수자원 확보나 홍수피해 방지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환경은 절대선"이란 전제를 깔고 밀어부치고 있어 댐 건설론자들이
입지를 잃고 있는 형편이죠.

환경도 중요하지만 수도권지역들의 안전과 물부족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제한급수로 고층아파트에서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 개인적으로도 댐 건설을 반대하면 다음 총선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댐 건설을 반대하면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란
힌트를 주기도 했죠.

그러나 장관으로서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공익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공사가 한창입니다.

개항을 앞두고 주변 시설이 부족해 절름발이 공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예산이 없어 포기한 인천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정부 재정난과 제주 목포와 같이 자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백지화됐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적정한 역할분담을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선 인천시가 자체 계획에 따라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정부는 이 지역에 민자와 외자가 유치될 수 있도록 도시개발법 제정 등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잇따른 항공기 안전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때마다 안전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에 그친 느낌입니다.

"안전대책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한된 인력과 조직으로 완벽한 안전대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항공안전감독관이 3천명입니다.

일본도 3백명이나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백명도 되지 않습니다.

취약한 조직과 인력으로 항공기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없이는 이익을 거둘 수 없는 법입니다.

지속적인 인력보강과 안전의식 고취에 노력하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사고항공사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해 사고가 계속 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얘기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라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고항공사에 대해 노선감축 등 강력한 제재를 당장 가할 수 없는
건교부 입장도 이해해 주십시오.

대한항공의 국제선 노선을 없앨 경우 그 공백을 외국 항공사들이 메꾸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있기는 하지만 대한항공의 많은 노선을 다 커버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말하자면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지요.

우리가 벌 수 있는 외화를 외국 항공사에게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장관에 취임한 이후 보람 있었거나 아쉬운 일은 무엇인지요.

"지난 1년을 "오늘도 무사히"란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항공기 사고 수습을
위해 밤을 새기도 했지요.

건강도 많이 나빠졌어요.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부등 관계부처와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다소 살아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자산디플레에 의한 복합불황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부동산 담보 위주로 여신이 이뤄지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연쇄도산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국가부도로 치달을 수도 있었겠죠.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여러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장관직을 조만간 그만 둘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번 개각때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총리께서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중에서 자민련 소속 장관(강창희
전 과학기술부장관, 김선길 전 해양수산부장관)들만 그만두면 공동정권
내부의 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고 하면서 사표를 반려했습니다.

총리의 뜻이 워낙 확고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가 전국구로 간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전혀 사실무근
입니다.

저는 장관이기에 앞서 정치인입니다.

다음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