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증권 대표이사 사장에서 지난달 8일 증권거래소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겨앉은 박창배 이사장.

그에게 증권거래소는 고향과도 같은 평생직장이다.

그는 지난 63년 공채 1기로 증권거래소에 입사해 30년이상을 그곳에서
보냈다.

거래소 밖에서 지낸 기간은 한국증권금융 상임고문으로 옷을 바꿔 입은
94년4월부터 이사장으로 컴백하기 직전까지 불과 5년 뿐이다.

거래소를 떠나 있던 기간에도 증권관리위원회 코스닥증권 등 증권유관기관
에서 일을 했다.

최초의 거래소 출신 이사장인 그의 취임은 구조조정으로 의기소침해 있던
임직원들에게 "나도 이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정통 증권맨이 이사장으로 앉았다는 점에서 그에게 거는 증권업계의 기대
또한 남다르다.

이희주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이 증권거래소 20층 이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 만난 사람 = 이희주 < 증권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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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가 좋을 때 화려하게 거래소로 컴백하셨습니다.

나름대로 감회가 새로울텐데요.

<> 박 이사장 =모든게 낯익어서 그런지 거래소를 떠나 있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않을 정도입니다.

거래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이사장 자리까지 올라 개인적으로 더없는
영광이고요.

증권업계와 거래소 임직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 취임이후 줄곧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셨습니다.

증권시장의 글로벌 스탠더드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 박 이사장 =어렵게 생각할거 없습니다.

지난 4월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는등 국내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됐습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의 증권거래소가 아닌 세계속의
거래소입니다.

싯가총액중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에 달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국내 시장참가자들뿐 아니라 외국인투자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시장관행과 제도를 혁신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런 혁신으로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직접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고 외자유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국가적 과제인 구조조정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키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나요.

<> 박 이사장 =어느 한 부분만을 국제적인 기준과 관행에 맞도록 바꾼다고
글로벌스탠더드가 이뤄질 수는 없지요.

시장의 각 부분별로 외국의 사례와 비교분석하고 있습니다.

개선할 여지가 있으면 여러각도에서 타당성을 검토해 실천에 옮길 것입니다.

우선 불필요하게 투자기회를 제한하는 연말연시 휴장기간을 줄일 생각
입니다.

선진국 거래소들은 24시간 거래체제 구축에 나섰읍니다.

쓸데없이 거래시산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금명간 이사급을 팀장으로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세부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 지난해말 증권거래법의 상장규정이 개정된 이후 금감원과 거래소가 상장
심사권 문제로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박 이사장 =상장심사업무를 놓고 두 기관이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
갈등을 빚고 있는게 아닙니다.

개정 증권거래법에 따라 상장심사는 거래소에서 하는 것으로 이미 확정
됐습니다.

다만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관련 법규의 개정이 뒤따라야 하지요.

이 과정에서 실무적인 의견조율과 관련제도의 보완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입니다.

곧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걸로 봅니다.

- 한국선물거래소가 주가지수 선물의 부산 이관을 고집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니까.

<> 박 이사장 =국가경제적인 면에서 부산 선물거래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
합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가지수 선물시장을 현물과 분리해 이관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고 봅니다.

이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가지수선물의 이관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크려 외국투자자본의
유출까지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에서도 주가지수 선물이관여부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오고갔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결론은 분리해서는 안된다는 쪽이었고요.

세계적으로도 현.선물시장이 통합운영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앞으로 사이버증권사 설립이 붐을 이룰 전망입니다.

미국에서는 사이버증권거래소까지 선을 보였읍니다.

장기적으로 거래소에 미치는 영향도 클텐데요.

<> 박 이사장 =물론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사이버거래소가 출현할 경우 경쟁관계가 되겠지요.

그러나 법적인 결제보장이나 안정성 공신력 등에서 증권거래소가 경쟁우위
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각종 수수료 인하에 대한 요구도 강해질텐데 거래소의 수익구조도
바뀌어야 되지 않나요.

<> 박 이사장 =거래소는 주식매매수수료 상장수수료 연회비 정보제공료
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회원제 비영리법인의 특성을 갖는 증권거래소는 증시
운영에 필요한 수준의 수입만을 확보하는게 원칙이지요.

전산시스템운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연회비징수율의 인하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경비절감노력 등을 통해 정률회비 인하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도록 해야겠지요.

-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완벽한지요.

또 최근 증시활황에 따른 주문폭주로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사례도
잦았는데요.

<> 박 이사장 =지난달 26일 체르노빌(CIH)바이러스 소동으로 다시 한번
Y2K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거래소 시스템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상반기중 증권업계 시스템간의 연계테스트를 완료하고 외부전문기관에 Y2K
대응완료에 대한 인증도 받을 계획입니다.

당장의 매매주문처리 지연이 문제인데 오는 6월께 주문처리용량(호가건수)을
현재의 1백만건에서 1백20만건으로 늘리고 8월께는 1백80만건으로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컴퓨터 부하를 줄이기 위해 주문호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연구중입니다.

여기에다 인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산관리요원들의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부문의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거래소는 구조조정이 완결된 상태입니까.

<> 박 이사장 =지난 2년에 걸쳐 부서축소 명예퇴직등 양적인 구조조정은
거의 마무리했다고 봅니다.

이젠 질적인 구조조정이 남았다고나 할까요.

인센티브제나 연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실시할 것입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질강화이지요.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임직원중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주가를 전망한다면.

<> 박 이사장= 평생 증권업계에 몸담았지만 어떻게 움직일지 알지 못할게
주가더군요.

금리의 하향안정, 외환위기의 해소, 기업구조조정 가시화 등 국내 증시
여건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외국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한국주식
을 사고 있습니다.

뮤추얼펀드 주식형수익증권 등 간접주식투자시장도 투자심리를 북돋우고
있고요.

사외이사제도 기업지배구조강화 등 주주권리가 강화되고 기업경영투명성이
높아진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가상승세는 실물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과정
으로 이해됩니다.

< 정리= 김홍열 기자 com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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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거래소 이사장 발자취 ]

한국증권거래소가 설립된지 올해로 만 43년.

지난 56년 대한증권거래소로 출발한 한국증권거래소는 주가의 부침에 따라
찬사를 들기도 하고 지탄을 받기도 했다.

증권거래소는 62년5월의 "증권파동"이라는 정치적 회오리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자본시장의 중심에 서서 한국경제의 오늘을 있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한국자본시장의 수문장격인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차관급이다.

임기는 3년.

초대 유찬 이사장에서부터 현 박창배 이사장까지 24대에 이르고 있다.

6년6개월동안 재임한 이사장이 있는가 하면 불과 3개월만에 거래소를 떠난
이도 있다.

출신별로는 공무원과 은행임원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증권유관
기관 3명, 군인 2명, 정치인 1명 등의 순이다.

증권거래소 출신 사령탑으로는 현 박창배 이사장이 유일하다.

역대 거래소 이사장들은 모두 국내 증권시장의 발전에 열과 성을 다했다.

이중 몇몇은 한국증권시장의 역사를 바꿀만한 업적을 남겼다.

우선 10대, 14대, 15대 등 3대에 걸쳐 총 6년6개월동안 거래소를 이끈
김용갑 이사장.

"명동시대"를 마감하고 증권시장의 "여의도 시대" 연 주인공이다.

그는 재임기간중 청산거래를 과감히 정리해 현행 매매거래제도의 기틀을
닦았다.

청산거래란 주가지수 선물과 유사한 거래시스템.

반대매매를 통한 결제나 일정 기간이 지난 뒤(당시 20일후) 결제하는 정산
방업 등이 그랬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사라졌던 청산거래형태가 주가지수선물이란 파생금융
상품으로 도입돼 각광을 받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1대 고병우 이사장과 23대 홍인기 이사장도 눈에 띄는 족적을 남겼다.

현 동아그룹 회장인 고 이사장은 한국 증권시장을 해외에 개방한 자본시장
국제화의 산파역이다.

그는 거래소 역사상 처음으로 이사장 재임기간중 장관(건설부)에 발탁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4월 퇴임한 홍인기 이사장은 선물시장과 옵션시장 등 첨단파생상품시장
을 개설한 개척자.자타가 공인하는 국제파이기도 했다.

선물시장을 거래규모 기준으로 세계 2위의 시장으로 키웠다.

재임중엔 외국인 소유한도가 완전 폐지된 것도 그가 이사장으로 있을 때다.

그는 각종 국제회의 때마다 성악가를 뺨치는 노래솜씨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증권시장과 거래소를 오래오래 기억토록 한 메신저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