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골드만삭스로부터 유치키로한 5억달러의 외자도입 조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일부 비상임 이사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에는 재경부 역시 조심스레 재협상론을 꺼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당 1만2천원에 팔기로 했던 보통주가 27일 현재 1만9천원선까지
올라있고 주당 1만4천2백원에 매각키로 한 전환사채는 6%의 금리까지 보장
했다는 것이니 골드만삭스는 출자도 하기전에 1억5천만달러가 넘는 시세차익
을 올리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헐값 매각은 안된다는 주장이 불거질
만도 하게 됐다.

국민은행측은 그러나 국제사회에 공표했던 사항을 주가상승등 시장여건
변화를 이유로 되물리는 것은 신의성실 위반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당초
약속을 지키는 선에서 예정대로 자본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정을 들여다 보면 재협상론이나 약속 준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자본도입 양해각서가 체결된 것이 지난 9일이고 3주일이 채 안된
시점에서 헐값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업무추진이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달초라면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등 외화유입이 급증하면서 외환관리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던 시점
이었고 은행주 역시 본격적인 상승추세로 진입하던 그런 시기였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덜컥 각서부터 체결한 은행도 그렇거니와 여건이 변하고 있는
데도 은행들을 무분별한 자본유치로 내몰아간 당국의 상황판단에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오는 30일의 마감시한을 앞두고 막바지 협상에 들어간 제일은행 매각문제도
마찬가지다. 뉴브리지라는 정체도 불투명한 투자펀드가 서둘러 낙찰자로
선정된 결과 부실자산 처리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은행 사례 역시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꿰어서는 안된다"는
속담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기업들도 마찬
가지다. 일정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공장 건물
주식 등 국내자산의 헐값 매각만을 부추기는 결과에 이른다면 이는 그 누구
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증시가 호전되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제사회에 내놓았던 약속을
무시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경제가 IMF체제로 들어가던 당시와는 달리 외화가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는 국면이다. 무엇이든 내다
팔아 한푼의 달러라도 확보해야 했던 기존의 패러다임이 역전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무분별한 외자도입을 억제하고 기왕에 팔기로 한 것은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의 외자 지상주의적 정책기조를 조속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