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모셔라"

호텔업계엔 지난해 한국 언론에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방한한다는 소식이
실리자 비상이 걸렸다.

내노라하는 특급호텔마다 "여왕모시기" 태스크 포스를 즉각 발족, 주한영국
대사관 및 영국왕실 등 관계기관과 접촉에 들어갔다.

"영국여왕이 묵은 호텔은 두고두고 역사로 남는다는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어
호텔마다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여왕모시기에 나섰지요"(모 호텔 마케팅담당
K임원)

게임결과는 하얏트호텔의 한판승.

하얏트호텔은 세계 VIP인사들의 외유스케줄을 일찍이 입수하는 정보망을
갖춘데다 영국왕실도 클린턴 미 대통령, 고르바쵸프 구소련대통령 등이
묵었던 이 호텔을 숙소로 점찍은 것.

하얏트호텔은 "19일부터 3박4일간 한국을 방문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얏트호텔 프레지덴셜룸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왕의 숙소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지난 92년 찰스 영국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방한 때 투숙한 방.한 때는 부부였던 아들내외가 머물렀던
곳이기에 영국왕실의 기구한 운명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이 방의 하루숙박비는 5천3백24달러(공식가
격 약 6백38만원)로 국내최고 수준.

영국여왕의 숙박으로 하얏트호텔은 개관이후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이 호텔은 여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국내.외 언론인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한국에 온 다음날인 20일 낮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재계를 대표하는 현대그룹 정몽구회장 등 5대 그룹회장을
만난다.

하얏트호텔은 "조용한 여왕맞이"에 한창이다.

조용하고 검소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영국 왕실의 분위기에 맞춘다는 전략을
짰다.

떠들썩한 환영행사나 요란한 접대를 피할 계획이다.

대신 조용하면서도 섬세한 접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하얏트호텔은 이미 작년말부터 여왕유치에 대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접대
준비를 끝마쳤다.

여왕이 도착에서 떠날 때까지의 스케줄에 대한 리허설까지 영국대사관과
함께 했다.

겉으로 보이는 조용함과 달리 VIP맞이 전담팀은 눈꼬뜰새 없다.

판촉부 객실부 룸서비스 시설부 등 각 부서에서 30여명이 차출됐다.

이들은 여왕일행 투숙기간인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간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나머지 1천여명의 근무직원들에 대해서도 여왕 일행과 마주칠 경우를 대비해
여왕과 남편인 필립공에 대한 호칭과 간단한 인사법 등을 숙지시켰다.

하얏트호텔 관계자는 "평소에도 일주일에 한 건 이상 장관급위의 외국 VIP
들을 영접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공식수행원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문화사절단 일행은 메디슨 플라자 호텔
등에 묵을 예정이어서서 호텔업계는 영국여왕의 방한특수를 톡톡히 누리길
기대하고 있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