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테크로 결혼자금을 ]

"나 오늘 자동차 하나 뽑았어"

싱글벙글 이기분씨는 그동안 모은 8백50만원으로 차를 한 대 뽑고는
자동차 키를 흔들어대며 입사 동기인 나준비씨에게 자랑이 대단하다.

"이 차를 몰고 사랑하는 그녀앞에 딱 나타나는거야. 폼 나게"

나준비씨도 8백50만원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이 달랐다.

나씨는 우선 8백50만원을 8.5% 이자를 주는 신용협동조합에 맡겼다.

신용협동조합에 예금을 맡기면 이자소득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4년후에는
1천1백71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이기분씨는 자동차세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등을 따져보면 한달 자동차
유지비로 평균 35만원 정도는 감수해야 하나 나준비씨는 이 돈으로 매달
35만원을 넣는 10%짜리 근로자우대신탁에 맡겼다.

이렇게 4년이 흘렀다.

이제 두 명의 입사 동기생은 결혼을 하게 된다.

남자에게 필요한 결혼자금은 살림집 마련에 2천5백만원, 결혼 비용으로
8백만원 등 대략 3천3백만원 정도.

나준비씨는 돈 걱정 할일이 별로 없다.

그동안 저축해 놓은 돈 3천2백35만원을 가지고 있다.

이돈으로 결혼자금을 충당하면 된다.

그러나 이기분씨는 돈 걱정이 태산이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혼자금 3천2백만원을 대출받아야 결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4년전 8백50만원씩 가지고 시작했다.

매달 35만원 정도를 지출한 것도 똑같았다.

두 사람이 같은 조건이었던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기분씨는 종자돈 8백50만원과 매달 35만원의 푼돈(?)을
자동차에 써버렸다.

나준비씨는 똑같은 금액을 결혼자금이란 목적 자금을 위해 준비한 것
뿐이다.

"까짓 거 대출받아서 결혼하고 나중에 갚으면 그만이지. 궁하면 통하는
법이라고"

이기분씨는 호기있게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13%정도 이자로 결혼자금 3천2백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이씨는 매달
75만8천2백원씩 5년동안 갚아야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을 수 있다.

물론 빚이 없는 나준비씨는 매달 75만8천2백원으로 10%짜리 비과세신탁에
가입할테고.

이렇게 5년이 지나 이기분씨가 대출에서 손을 털고 나올 즈음이면 나준비씨
는 이자를 합쳐 5천8백89만원을 거머쥐게 된다.

나씨는 전세돈 3천만원을 합치면 8천5백만원을 종자돈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해진다.

두 사람이 결혼하고 5년간 매달 지출한 돈은 똑같이 75만8천2백원이지만
이기분씨는 결혼자금 대출 상환에 쏟아붓는 바람에 헤어나기 바쁘게 또다시
쪼들리는 신세가 되어야 했다.

반면 나준비씨는 이 돈으로 내집 마련 목적 자금을 만드는데 투자할 수
있었다.

똑같은 여건에서 한 사람은 결혼 5년만에 내집 마련하는데 또 한 사람은
속수무책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목적자금을 미리 준비한 사람은 돈 걱정없이
살아가지만 기분 내키는 대로 살다보면 돈 걱정에 쪼들리게 되는 게 재테크의
원리다.

그래서 인생은 계획인가 보다.

< 이창형 먼데이머니 자문위원.문연아이디어뱅크 대표
myidea@ 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