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남단에는 속칭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고속도로가 있다.

주변에 독일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최근 몇년동안만도 수십개의 독일기업들이 미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독일기업들의 탈출 이유는 단순하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몰려드는 기업들은 독일국적뿐만 아니다.

유럽국가들은 물론 유교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일본이나 한국기업들까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채널원등 한국의 벤처기업들중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일본에서도 소테크등 미국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고전적 경기사이클을 무너뜨렸다"는 미국의 장기호황밑에는 이런 자유로운
기업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풍부한 자금시장, 낮은 규제, 유연한 노동시장.

이런 미국이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규제를 풀고 있다.

70년대 망국의 영국병을 씻고 회복궤도에 올라선 영국.

이나라의 회생비결도 역시 규제완화였다.

특히 외국투자자들을 자국기업과 똑같이 대우하는 정책으로 외자를 끌어들인
게 결정적 성공요인.

외국인 투자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영국 상무부산하 IBB(대영투자유치국)의
청장은 민간인이다.

기업을 상대하는 업무에는 역시 기업마인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6년전
부터 비즈니스맨 청장을 앉혔다.

사치&사치등 세계적인 광고회사에서 코카콜라같은 다국적 기업을 상대했던
앤드루 프레이저 청장은 기대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등 각 지방의 개발청은 대부분 이처럼
민간인이 맡고 있다.

대처총리시절 정부부문 민영화의 일환으로 나온 결과다.

공무원들도 통제자보다는 서비스맨에 가깝다.

1주일에 서너번씩 찾아와 필요한 걸 물어보고 도와줄 정도다.

국왕까지 나서서 세일즈맨 역할을 담당하는 나라이니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영국 북잉글랜드지역 스톡턴시의 삼성전자 현지법인 준공때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참석,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이런 노력결과 유럽행 외국인투자중 40%이상이 영국으로 향했다.

영국은 이제 EU국가중 인건비가 가장 싸고, 노동시장이 유연하며 행정이
투명한 나라로 꼽힌다.

규제완화는 저실업률-안정성장이란 선물을 가져다 줬다.

영국의 현재 실업률은 4%전후.

경제도 매년 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실업률 10%가 평균인 유럽 다른 국가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경제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다.

경제 호시절을 누리고 있는 나라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도 그 예다.

싱가포르는 사실 "싼 나라"는 아니다.

사무실 임대료나 인건비, 어느면으로 보나 그렇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의 아.태지역 본부가 몰려있다.

교통, 통신, 물류등 인프라가 완벽에 가깝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적극적인 태도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투자는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게 싱가포르 정부다.

투자유치를 위해 프로젝트를 치밀히 짠뒤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기획유치"가
싱가포르 공무원 경쟁력의 하이라이트다.

최근에는 멕시코나 브라질등 중남미 개도국까지도 과감한 경제개방과
국영기업체 민영화, 인프라 확충등을 통해 외국기업에 손짓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이 온통 "규제와의 전쟁"중이다.

노르웨이의 한 고위 공무원은 이런말을 했다.

"정부는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노르웨이가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의 선두를 장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