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재테크'' 가이드 ]

[ 이야기손님 : 최현만 <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
문순민 < 하나은행 PB팀장 >
정광영 <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김찬경 < 미래유통정보연구소 소장 > ]

올 봄은 어느해보다 취업전쟁이 치열하다.

막상 대학을 졸업했어도 사회 초년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취업박람회, 중소기업 고용박람회등 정부와 민간차원의 취업지원행사가
잇달아 개최되고 있지만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패기와 용기로 똘똘 뭉친 우리의 신세대들이 주저앉을리 없다.

대기업을 선호했던 마인드를 버리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전문성을
살리는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하는 젊은이들도 상당수다.

더이상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거센 바람과 맞서 싸우는 그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들은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사회 초년생들에게 권하는 재테크 4인방의 비법을 들어보자.

사회초년생 얘기를 꺼내니까 참석자들의 표정이 자뭇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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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회초년생들은 벌이도 그렇고 여유자금이 없는터라 은행적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것같아 문순민 하나은행 PB팀장에게 발언권을
줬다.

"20대 미혼시절은 유혹이 많은 시기입니다.

좋은 옷입고 데이트하고 돈도 펑펑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죠.

그러나 이를 악물고 월 35만원정도는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희생이 나중에 풍요한 물질적 보상을 가져다 줄테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불안할때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처음에 5천만원을 모으기 힘들지만 일단 모아놓고 나면 그후 5천만원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인내와 절제가 청년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는 이어 20대 직장인들이 가입해야할 구체적인 저축상품을 제시했다.

주택청약자격을 얻기 위한 내집마련주택부금 15만원, 개인연금신탁
(소득공제 비과세혜택) 15만원, 근로자우대신탁(비과세 고이율) 5만원등
모두 35만원을 매달 저축하라고 권했다.

문 팀장의 저축론에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재테크전문가들도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시작한 탓인지
반론은커녕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다.

저축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창업의 대가인 김찬경 미래유통정보연구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취직이 안된다고 방안에서 빈둥빈둥거렸다간 천덕꾸러기되기 딱 좋습니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일을 찾아 해야하는 것이 이 시대의 생존 방법
이에요.

제가 소개할 창업아이템은 컴퓨터를 잘 아는 웬만한 청년들은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름하여 음란사이트 차단사업!" 음란사이트라는 말에 점잔만 빼던 전문가
들이 어색한듯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이때 정광영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제 발 저린듯 한마디한다.

"흠흠.

왜들 이래요.

요즘 유명 탤런트 O양의 비디오 안 본 사람이 어딨어요.

대도시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봤다더만"

"그래요.

요즘 인터넷에 접속해 보면 엄청난 음란 사이트가 득실거립니다.

정 소장이 얘기한 O양의 비디오도 그중 하나예요.

경제는 어려워도 음란물은 독버섯처럼 쑥쑥 잘 크고 있다고요.

경악할 일은 이런 음란물들이 자녀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모들이 컴맹이다보니 속수무책이죠.

그래서 이것을 차단해주는 일을 하자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일은 간단합니다.

우선 음란물차단 소프트웨어를 구해야 합니다.

해외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사이버패트롤(www.cyberpatrol.com), 서프와치(www.sufwatch.com) 등에
접속한뒤 30~50달러를 내고 다운로드를 받으면 됩니다.

이 소프트웨어들은 인터넷 검색 또는 컴퓨터 내부에 저장된 음란정보를
자동검색해서 읽거나 보지 못하도록 차단해 줍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인터넷 주소에 sex 또는 adult, xxx, 69 등을 포함한
음란 사이트의 접근을 거부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거죠"

이때 김 소장과 매번 천적관계에 있는 정 소장이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디어는 그럴듯한데.

혼자 출장가서 하는 일인데 벌이가 괜찮을지 몰라?"

이런 말에 김 소장이 가만 있을리 없다.

"점포구입이니 자본금이니 하는 목돈 없이도 혼자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속편한 일인줄 모르시는군?

벌이가 시원찮다구요?

별 걱정 다 하세요.

출장비 3만원에 차단비 5만원, 한건에 8만원은 벌어요.

거기에다 출장간 김에 어머니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키는 거야.

인터넷접속방법과 사용방법등을 가르치는 거죠.

그 교육비가 또 3만원 정도.

이러면 한건에 10만원이상 번다니까요.

이 정도면 취업 걱정 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거죠"

정 소장이 이에 질세라 또 다시 반박한다.

"한번 교육받고 컴퓨터를 어떻게 아나?

더군다나 인터넷 접속은 순 영어 투성인데.

그리고 음란물 차단사업 광고는 어떻게 하나?

하루에 한건 물기도 힘들겠네"

김 소장이 코웃음을 친다.

"걱정도 팔자라니까.

성인을 상대로 인터넷 교육을 할 때는 야한 음란물을 접속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야.

다른 것은 몰라도 음란물 접속은 재밌거든.

귀에 속속 들어온다니까요.

또 광고 걱정 하셨는데 PC통신의 게시판이 폼으로 있나?

공짜로 게시판 이용도 하고 동네 골목마다 방을 붙여놓는 거야.

아줌마 한명만 잘 만나면 그 다음은 입소문으로 줄줄이 사탕이라니까요"

이 정도면 수긍할 줄 알았던 정 소장이 또 한마디 거든다.

"요즘 애들은 컴퓨터 귀신이에요.

차단했으면 가만 있겠어요?

다시 원상 복구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서 풀어놓지.

음란사이트 차단 사업은 별로인 것 같아"

정 소장의 집요한 공격에 김 소장이 부동산투자를 거품빠진 생맥주에
비유하며 반격에 나선다.

"아, 그러면 사회초년생이 부동산으로 재테크할 거라도 있나?

한가지도 없으면서"

정 소장이 이말에 얼굴을 붉힌다.

"그야, 뭐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건 없지요.

초년생답게 부동산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겁니다"

"웬 부동산 공부?

팔팔한 청춘이 복덕방 차릴 일 있나?"

김 소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트집을 잡는다.

정 소장이 김 소장의 말을 무시하고 얘기를 시작했다.

"부동산 공부의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부동산 경매장이나 공매장에 직접
가보는 거예요.

거기서 진행되는 현장을 보면서 가상으로 나는 얼마를 걸겠다고 정한뒤
경매결과와 비교해 보는거죠.

시간 날 때마다 이 일을 해본다면 1년안에 부동산 전문가 된다니까요"

"아예 공인중개사 시험을 봐서 젊었을때 그 길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는 4월25일에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죠.

이번에 정부가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공인중개사를 엄청나게 많이 뽑는다는
소문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 경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연륜이죠.

너무 젊은 사람이 억억하며 부동산에 뛰어들면 건달되기 십상이라니까요.

건달이 안되게 조심해야 합니다"

정 소장의 충고는 인생의 선배로서 약이 되는 말이었다.

오랜 침묵을 지키던 미래에셋자산운용(주)의 최현만 상무가 말문을 열었다.

"사회 초년생의 의미는 일단 경제적 독립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스무해 넘게 부모님께 의존했던 경제생활을 자신의 역량으로 해결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거죠.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생활비 확보예요.

그 다음은 여윳돈의 관리 방법인데 훗날을 위해 여윳돈의 관리방법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은 그저 정기적금만을 수단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에 저축 지상주의를 외치던 문 팀장이 긴장한다.

"아니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는데 지름길을 강조하시는군요.

지름길엔 함정이 많다는 걸 아시면서..."

최 상무는 문 팀장의 외마디를 무시한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엔 천리길을 가는데 천년이 걸려요.

증권투자에 대해 염려를 하시는데 미국 월가의 영웅 피터린치는 이런 말을
했어요.

증권투자는 돈을 따기 위한 투기나 도박이 아니라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해 정당하게 소득을 얻고자 노력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계산이 빠르고 현명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들 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식들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적금만 드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말에 문 팀장이 점잖게 한마디 했다.

"최 상무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저금리시대라고 해서
저축을 등한시한다는 건 순리에 맞지않아요"

최 상무도 문 팀장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증권투자를 잘 하기 위해 사회초년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최 상무가 증권투자 7가지 비법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구독(환율, 이자율, 각종 지표분석, 주가예측능력함양)
->히트상품 제조업체 리스트작성 ->관심주분석(해당기업 매출비중,
발전가능성등) ->관심종목에 대한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을 따져볼 수 있는
지표분석능력 함양->적정주가판단->지속적인 정보수집과 경제흐름관망
<>매도시점의 결정테크닉 배양.

최 상무의 친절한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문 팀장이 혀를 찼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내용들입니다.

사회초년생들이 하기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너무 무리가
아닐까요"

최 상무는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방법은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직접투자를 하면 스스로 학습하고 얻는 것이 많겠죠.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더군다나 일을 한창 배우는 사회초년생이라면
간접투자 방법을 택해도 좋습니다.

다양한 만기와 투자성격을 가진 그 이름도 유명한 뮤추얼펀드가 있고,
계약형 신탁상품도 있어요.

간접투자의 장점은 분산투자, 전문가에 의한 운용, 편의성이죠.

그래서 사회초년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 펀드를 이용하려면 일정 금액의 목돈이 필요한데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 증권저축등을 통해 매달 일정액을 통장에 넣고 그 돈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뮤추얼펀드를 계속해서 사면 됩니다.

그러면 정기적금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각자의 투자 목적에 알맞은
간접투자를 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거죠"

이렇게 해서 재테크 4인방의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발언이 끝났다.

분야별로 개성있고 전문성있는 내용들이 알찼던 것같다.

중요한 것은 사회초년생들의 마인드일 것이다.

씀씀이가 헤픈 사람은 제아무리 훌륭한 투자방법을 제공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것이고 검소하고 알뜰한 새내기들은 그 어떤 투자방법을 택하더라도
빠른 시간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단 자신의 취향 성격 관심사 등이 어떤 분야와 적합한지 조목조목 따져보고
하나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