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영국 테스코사와 합작으로 유통전문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삼성그룹의 향후 유통사업 구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90년대 중반 유통업을 "미래형 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대형 투자를 실시한
삼성그룹의 장기전략이 일대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물산 유통부문을 통해 백화점 3개점(분당점 태평로점
명동유투존), 할인점인 홈플러스 2개점(대구점, 서부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그룹 특판사업은 물산내 상사부문이 맡고 있다.

삼성이 유통업에 눈길을 돌린 것은 신세계백화점이 그룹에서
분리되면서부터다.

소비산업인 유통업은 성장잠재력이 큰데다 전형적인 현금장사여서 그룹의
자금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때마침 분당 서현역사 사업권을 따내며 이곳을 대규모 쇼핑타운으로 건설할
필요도 생겼다.

삼성이 자동차사업에 진출하며 한때 유통업 포기를 검토하다 "계속 추진"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분당점에 예상보다 자금이 많이 소요되고 유통업체엔 필수적인
다점포망 구축이 늦어지면서 그룹의 사업구도에 변화가 온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삼성이 지난해 유통부문에서 6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자금회임기간이
느린 유통업의 특성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에는 버거웠다는게 내부 관계자
의 설명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IMF역풍도 사업구도의 전면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성-테스코의 합작에서 제외된 백화점부문의 향방과 그룹내
유통사업이 어떻게 될 것이냐이다.

삼성측은 일단 "할인점은 테스코사가, 백화점은 삼성이 맡아 계속 진행한다"
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통업체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점포화가 필수적인데
이는 지속적인 자금투자를 의미한다"며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수순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남은 과제"라고 보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