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의 위세는 대체 어디까지 뻗어 나갈 것인가.

할리우드 영화인 "타이타닉"이 세운 최고관객동원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가.

쉬리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영화판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혁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앞날에 거는 희망이기도 하다.

쉬리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개봉 22일만인 지난 6일 오후 4시 3회상영에서 그때까지 한국영화사상
최다관객동원기록(1백3만5천7백41명.서울 개봉관 기준)을 세웠던 "서편제"
(감독 임권택)의 무릎을 꿇렸다.

다음 목표는 "타이타닉"을 침몰시키는 일이다.

타이타닉의 개봉시기는 지난해 2월20일.

서울 22개 극장, 25개관에 걸렸다.

개봉 1주일째의 관객수는 27만6천9백27명.

39일만에 1백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1백5일째 2백만명을 돌파했다.

최종관객수는 2백26만명(1백80일).

겉으로 나타난 기록으로 본 중간성적은 일단 쉬리가 우세하다.

지난달 13일 서울 22개 극장, 24개관에서 상영된 쉬리는 1주일 동안
29만6천5백7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1백만명선도 21일만에 돌파, 타이타닉을 크게 앞섰다.

상영 37일째인 지난 21일까지의 관객수는 1백61만명.

평일에도 평균 2만5천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예매를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 정도로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아카데미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나
남우주연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개봉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타이타닉이 보유한 최고흥행기록을 어렵지 않게 갈아치울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쉬리의 이같은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영화 쉬리-그 성공의 경영학"이란 보고서는
5가지 요인을 꼽았다.

재미있는 시나리오, 과감한 투자, 감독과 출연.제작진의 열정, 흥행에
충실한 기획.제작, 마케팅전략 등이 그것이다.

이 연구소는 우선 남북의 이념문제 대신 오락성을 추구해 관객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한데다 강감독이 영화제작중 12번이나 시나리오를 고칠
정도로 구성에 완벽을 기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 영화의 평균제작비보다 2~3배가 많은 31억원이란 돈을 들여
일반인들에게 "수의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과 관객층을 20대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대한 것도 성공비결로 꼽았다.

주연배우와 감독의 출연료를 흥행실적과 연계하는 러닝개런티제도를 도입한
것, 좋은 배역진과 감독의 열정, 비공개로 일관한 홍보 및 마케팅전략 등도
힘을 더했다고 이 연구소는 분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