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쉬리"를 필두로 할리우드 영화의 거친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한때 관객들로부터 외면받던 한국영화가 21세기 문화산업을 일굴 첨병
으로서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시장점유율 추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96년 23.1%, 97년 25.5%, 그리고 지난해엔 25%로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94년 총관객수 4천8백35만명중 9백93만명을 동원,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선을 넘어선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성적으로 본 한국영화의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

흥행성공 기준인 관객 10만명(서울기준)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98년
개봉작 43편중 13편(30.2%)을 기록했다.

한국영화중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비율은 94년 12.3%, 95년
18.5%, 96년 15%, 97년 23.7%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97년보다 6.5%포인트나 높아진 셈이다.

야구로 치면 1~2할대의 하위타자가 3할대의 중심타자로 올라선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외국영화는 38편으로 97년보다 9편이
줄었다.

외국영화 상영작이 2백42편이었으니까 한국영화에 한참 뒤지는 1할 중반대
의 타율에 머문 것과 같다.

돈을 벌어들인 한국영화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제작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10만명 이상의 서울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2편이상 만든 제작사가
4개사에 달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내놓은 우노필름, "여고괴담"
"미술관 옆 동물원"을 만든 씨네2000,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의 명필름, 그리고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투캅스3"의 시네마서비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같은 업체는 95년, 96년엔 한개도 없었다.

97년에 2개업체에 머물렀다.

영화제작업 자체가 산업화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영화의 선전은 어느정도 외적인 여건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영화시장의 볼륨이 커지는 추세다.

IMF 한파도 영화시장 만큼은 비켜간 모습이다.

지난해 관객수는 총 5천29만명으로 전년보다 4%가 늘어났다.

최근 2년연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영화의 수입추천편수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외국영화의 수입추천편수는 94년 3백81편, 95년 3백78편, 96년 4백83편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가 인상여파에 따라
3백5편으로 감소했다.

극장에 걸린 외국영화가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강세를 전적으로 외화수입추천편수의 감소에 의한
반사이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스크린쿼터를 지키지 못한 개봉관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한국영화의 흥행성공은 질적인 면에서 외국영화에 뒤지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할수 있다.

한편당 관객동원수가 한국영화는 30만명선에 육박한데 반해 외국영화는
15만명선에 그친 것은 한국영화의 내용이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시장개방에 따라 흥행여부가 주목됐던 일본영화(하나비, 카케무샤)의 경우
예상관객수의 30%선에 그친 16만명을 동원해 참패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해외수출에도 날개를 달았다.

질적인 면에서도 이젠 외국에서 웬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2백70만달러 규모의 해외프리세일에 성공한 SF영화 "용가리"를 포함한
지난해 영화수출규모는 3백38만달러(31편).

97년보다 1백만달러 이상이 늘어났다.

수출되는 영화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수출시장도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지역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쉬리"가 사상 최고의 흥행작인 "타이타닉"의 기록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쉬리와 비슷하게 2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4월부터 극장가에 걸린다.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이재수의 난" "자귀모" "용가리" "유령"
등이다.

한국영화끼리 개봉관을 잡고 상영기간을 늘리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즐거운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 한국영화가 모두 "대박"을 터뜨린다고 누구도 장담할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외국직배영화에 대항하겠다는 영화계의 투자
의지와 실험정신은 한국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김재일 기자 kj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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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년 10만명 이상 관객동원 한국영화 ]
(서울 개봉 기준)

<> 1위 : 약속
- 관객수 : 661,174명
- 영화사 : 씬시네

<> 2위 : 여고괴담
- 관객수 : 621,032명
- 영화사 : 씨네2000

<> 3위 : 8월의 크리스마스
- 관객수 : 422,930명
- 영화사 : 우노필름

<> 4위 : 퇴마록
- 관객수 : 419,201명
- 영화사 : 폴리비젼

<> 5위 : 조용한 가족
- 관객수 : 343,946명
- 영화사 : 명필름

<> 6위 : 정사
- 관객수 : 304,666명
- 영화사 : 나인필름

<> 7위 : 처녀들의 저녁식사
- 관객수 : 290,502명
- 영화사 : 우노필름

<> 8위 : 미술관옆 동물원
- 관객수 : 170,230명
- 영화사 : 씨네2000

<> 9위 : 찜
- 관객수 : 168,813명
- 영화사 : 황기성사단

<> 10위 : 남자의 향기
- 관객수 : 148,781명
- 영화사 : 두인컴

<> 11위 :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 관객수 : 147,031명
- 영화사 : 시네마서비스

<> 12위 : 투캅스3
- 관객수 : 117,186명
- 영화사 : 시네마서비스

<> 13위 :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 관객수 : 114,632명
- 영화사 : 명필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