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은행 산업은 우리 손에 달렸다''

은행내 신진세력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대리 과장 또는 팀장이란 직위를 달고 있다.

작년 금융구조조정의 격랑을 거치며 이들은 은행에 ''없어선 안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들의 값어치는 더욱 높아졌다.

은행들은 앞으로 이들이 국내 금융계를 이끌 ''동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딜링, 재테크 상담, 국제금융 등.

이들이 맡고 있는 전문 영역도 다양하다.

21세기 금융을 주도할 은행과 종합금융사에서 일하는 12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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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

현재 한빛은행에 가장 필요한 일은 직원 융합이다.

직원들이 합치지 못하고 반목만 한다면 "리딩뱅크"는 꿈꿀 수도 없다.

김옥곤(43) 한빛은행 경영혁신팀 차장은 합병은행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
하는 일에 매달려 있다.

그는 요즘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합병이후 영업점에선 고객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고칠지를 연구중이다.

잇따른 감원과정에서 떨어질대로 떨어진 직원 사기도 문제다.

그는 "은행장과 직원의 대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옛 한일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김옥곤 차장을 모르면 간첩이다"라는 말이
오갈 정도다.

뛰어난 실적으로 인해 83년 입행이후 이제껏 은행장 표창만 네번 받았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국민은행 전자금융팀 임영신(41) 과장은 차세대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재테크 전문가.

81년 입행해 여성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감각이 겸비된 상담능력을
인정받아 95년부터 재테크 전문가로 변신했다.

금융연수원 전문과정 및 금융상담사과정(FA)을 마쳤다.

끊임없는 연구로 부동산 채권분야에도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36명의 전문상담원을 둔 "콜센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고객기반이 넓고 다양한 국민은행 고객과의 상담 경험을 통해 인생
단계(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테크에 특히 능하다고.

외국계은행 진출에 대비, 그는 요즘 시장과 고객관리에 유용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임 과장은 "재테크 전문가는 고객을 아끼는 마음과 인내심이 깊을 인성을
지녀야 된다"고 말한다.

김중구 외환은행 리스크관리팀장에겐 전문가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다.

그는 마치 리스크관리팀을 맡기위해 경력을 쌓은 듯하다.

인하대 경영학과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그는 독일 쾰른 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부퍼탈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쿠퍼스 & 라이브런트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90년부터는 한일은행의 독일 현지법인에서 전산과 수익관리 실무를 배웠다.

94년 5월이후엔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서울사무소 부소장을 맡았다.

작년에는 외환은행과 코메르츠은행의 합작 심사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외환은행에서 종합수익관리와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담당한다.

외환은행이 야심차게 도입한 사업본부제 성공의 열쇠가 그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팀장의 말대로 "어느 부서가 손실나고 이익 나는지를 정밀하게 교통정리
해 줘야" 외환은행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경호 주택은행 증권운용팀장.

증권사 차장 경력으로 은행 부서장에 올라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88년 동원증권에 입사, SK증권
차장, 패스파인더컨설팅 대표 등을 거쳤다.

작년 10월 주택은행 자본시장실장으로 발탁됐다.

실력파 은행장인 김정태 행장이 고른 인재니 만큼 실력도 대단하다.

백 실장의 주 업무는 채권딜링.

은행업무로선 생소하기 짝이 없지만 불과 5개월여만에 6백억원을 은행에
벌어줬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20%에 이른다.

한자릿수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시장실세금리의
두배에 이른다.

그의 연봉은 3천6백만원.

증권운용 결과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
으로 받을 예정이다.

현 추세 대로라면 그는 2000년에 돈벼락을 맞을게 분명하다.

이창구 신한은행 미금동지점 과장은 탁월한 섭외전문가다.

94년 개인연금신탁이 발매된후 그는 SK직원 1천3백명중 9백여명의 개인연금
을 유치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후 한화엔지니어링 두산엔지니어링 등에서 모두 2천여명의 개인연금신탁을
끌어들였다.

사당동 지점에서 근무할 땐 인근 학교거래를 유치, 장학적금 및 교직원
급여이체를 실시케 했다.

삼성동 지점에 있을 땐 허씨 종친회 등 신규예금만 2백50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그는 수신유치등 거래를 목적으로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목적으로 만난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좋은 정보만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지난 87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뛰어난 실적 덕분에 은행장 표창을 두번이나 받았다.

98년 저축의 날엔 재정경제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미은행 김성철 과장은 아침 출근과 동시에 각종 환율동향부터 먼저
체크한다.

엔.달러, 원.달러 등.

국내시장의 장단기 금리와 주가동향을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주고객인 외국인 투자기업들에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외국인 투자법인 전담 심사역이다.

외국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때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안내, 여신지원
세무회계 자문등을 해주는게 그의 일이다.

지난 1월에는 미국 3대 자동차부품회사중 하나인 TRW사(클리블랜드 소재)를
주거래기업으로 유치했다.

TRW사가 울산에 있는 W기업을 인수하려 한다는 정보를 조기에 입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외국인 기업을 유치할 땐 미셀리언 부행장도 직접 발벗고 나선다.

그만큼 한미은행은 외국인 기업에 관심이 많다.

김 과장이 "뜨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후 84년 한미은행에 입행했다.

"마이더스의 손"

"0.1초의 승부사"

외환딜러를 일컫는 말이다.

문성진 산업은행 대리는 이같은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그는 "큰 손"으로 통한다.

그가 하루에 샀다 팔았다 하며 주무르는 달러화의 규모(포지션)는 1억~
2억달러 정도.

다른 딜러들보다 3~5배 정도 많다.

그러나 그는 출발이 화려했던게 아니다.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에 입행한 문 대리는 조사부 인사부
등에서 근무했다.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지난 94년 그의 침착함과 성실함을 높게 평가한 직장상사에 의해
발탁돼 딜러로 변신했다.

외국계 은행에서 억대 연봉으로 유혹하지만 그는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다.

외국 딜러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승부욕 때문이다.

"IMF 체제가 빨리 끝나 우리 원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받는 시기가 왔으면"
하는게 그의 꿈이다.

"환율 수익률의 변동성 추정 모형"

난해하기 그지 없지만 은행원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주인공은 권태고(42) 기업은행 리스크관리팀 과장.

85년 입행한 그는 은행을 다니다 94년부터 97년까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를 땄다.

은행에서 유학을 보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행 입장에선 그에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년중 6개월간 국제금융부 딜링룸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기도 했다.

유학가기 전에는 지점에서 여신업무를 취급하기도 했다.

그가 현재 통계프로그램인 SAS를 이용, 은행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의 최대
손실가능액(VAR)을 계산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수준을 산출해 자산을 헤지할 것인지 처분할
것인지 따지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그에게 싱크탱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 고령출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업무속성상 프로젝트파이낸스가 긴요하다.

이에따라 지난 94년8월 어느 금융기관보다 앞서 팀을 만들었다.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의 발주자들의 실물거래에 부합하는 금융을
패키지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구매자금융부 2팀이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팀을 지휘하는 팀장은 구운회(46) 부부장.

그는 공채 8기(79년)로 입행해 여신심사 제도기획 자금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프로젝트파이낸스팀이 만들어질 때 개발금융의 "큰물"을 경험하기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1년간 파견근무하기도 했다.

덕분에 대형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다.

한국중공업이 중국에서 수주한 총사업비 20억달러 규모의 핵발전소 건설
사업을 지원했다.

한전과 SK가 해외에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그가 심사하고
있다.

하나은행 이주헌 국제종합금융팀장은 한사코 자신이 전문가나 프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더 훌륭한 국제금융 전문가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은행은 국제금융공사(IFC)의 자본을 유치하고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
으로 지난해 12월 2천만달러의 해외차입을 성공시켰다.

그것도 모두 하나은행의 국제금융업무의 기본 "틀"이 훌륭한 때문이지
팀장이 잘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에서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미국 르하이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이 팀장은 10년째
국제금융업무만 맡아 왔다.

홍콩 근무시절 쌓아둔 국제금융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소중한 자산이다.

해외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선 없어서
안될 존재다.

[ 종합금융 ]

김영선 한국종합금융 외환시장팀 대리는 선물시장이 정식 개장되는 4월
하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파생상품거래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싶은 그는 시장이 열리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김 대리는 93년 입사한 이래 줄곳 원화채권과 주식, 유로 본드및 역외금리
파생상품, 통화및 금리관련 파생상품 거래를 담당해 왔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종류의 파생상품을 취급한 경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앞으로는 파생상품매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투자컨설팅쪽 업무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보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세상은 꿈꾸는 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같은 인생관에 걸맞게 언제나 조금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89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에서 경영학석사학위
(MBA)를 받았다.

96년에는 보스턴은행의 연수과정을 밟기도 했다.

함형태 동양종합금융 대리가 소속된 증권신탁부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동안 무려 4백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98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말까지 계산하면 이익은 1천억원까지 늘어날 전망
이다.

팀장을 포함해 전체 인원이 5명이니까 1인당 영업이익이 2백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함 대리는 증권신탁부가 이같은 실적을 거두는데 가장 많이 기여한 팀원중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시장흐름에 부응하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채권을 보유하기보다는 교체매매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실리형
펀드매니저라는 것.

부실리스채를 리스자산과 맞바꾸는 스왑거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또 LG증권 전환사채(CB)에 1백억원을 투자해 현재까지만 1백억이 넘는
수익을 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2년 입사해 채권딜링 수익증권펀드운용
ABS(자산유동화증권) 업무 등을 맡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