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톱브랜드는 있었다.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기업들은 품질이나 기술도 뛰어나지만
대부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제조업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더 이상 "안방
장사"에 머물러선 안된다.

브랜드 파워 개발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안방 톱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세계속의 톱브랜드로 키울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다.

한국 톱브랜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톱브랜드를
만들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97년에 나온 "활명수"는 국내최초로 "부채표"라는 상표등록을 한
상품이다.

소화제로뿐만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도 인식될 정도로 명성을 누렸다.

"이명래고약"도 지난 50년에 나온뒤로 모든 종기의 치료제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 24년에 처음 출시된 두꺼비표 "진로소주"와 52년에 나온 "OB맥주"는
술의 대명사로 통했다.

지금도 회사보다 상표명이 더 유명하다.

생활용품의 톱브랜드로 처음 등장한 것은 54년에 나온 국내최초의 치약인
"럭키치약"이 등장했다.

56년에 나온 "미원"은 조미료라는 보통명사로 통했다.

75년 현대의 "포니"는 우리나라에 고유모델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기아 "봉고"는 회사를 살린 히트브랜드다.

90년대 들어서는 현대자동차 "엑센트" 대우전자 "공기방울세탁기".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고가를 자랑하는 톱브랜드가
생겼다.

중앙리서치와 브랜드밸류가 지난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자산가치가 3천2백8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의 "쏘나타"는 2천8백26억원, "하이트"맥주는 1천13억원짜리로
조사됐다.

이밖에 농심 "신라면은 2백85억원, "나이키"는 3백6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금강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가 지난 97년 조사한 국내 브랜드자산 순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및 외국산상품 가운데 1위는 542.4를 얻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차지했다.

이어 벤츠(527.3) 롤렉스시계(524.1) 쏘나타(521.1) 하이트맥주(51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어려운 와중에서도 진로소주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다.

톱브랜드를 가진 업체들은 외국기업과의 외자유치 협상에서도 항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브랜드들도 "국제대회"에 나가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데
있다.

몇몇을 빼고는 세계시장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최고라는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브랜드가치가 4억달러인
반면 일본의 "소니"는 1백45억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생산과 기술 못지않게 브랜드 개발 및 투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